아침에 창문을 열면 찬연한 햇살과 신선한 공기가 나를 맞아준다. 비록 매일 맞이하는 평범한 아침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오늘 아침이 마지막일 수 있기에 나의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아침이라 생각하고 거룩하게 맞이한다. 연세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신 96세의 김형석 교수께서 인생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나이인 이순(耳順)을 바라보니, 그간 무심코 지냈던 행복이라는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비록 팍팍한 세상에서 다들 힘들게 살아가지만 우리 일상에도 월계수 향기 같은 행복의 자양분이 있다. 그건 바로 우리가 쉽게 지나치기 쉬운 배려다.
지난 휴일 동네 목욕탕에 가서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아버지가 아들 셋과 함께 등을 서로 밀어주고 난 후 자기가 쓴 목욕 의자를 깨끗이 비누로 씻어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을 보았다. 다음에 사용하는 사람이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고, 목욕탕에서 일하시는 분의 수고도 덜어 드리는 것이 얼마나 속 깊은 배려인가? 삭막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산소 같은 사람들이 있어 이 사회가 지탱해 가는 것 같아 그날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몸이 개운하고 가벼웠다.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편지를 보내주는 고맙고 착한 분이 있다. 최근에 받은 편지 중에 "이거 있으세요?"라는 감동플래시를 받았다.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내용을 소개해 본다. 이렇듯 상대방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바바 하리다스의 배려 이야기를 소개해 본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밤에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길을 걸었다. 그와 마주친 사람이 물었다. "정말 어리석군요, 앞을 보지도 못하면서 등불을 왜 들고 다니십니까?" 그가 말했다. "당신이 나와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 배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주위를 살펴보면 일상에서 배려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꽉 막힌 도로에서 구급차에 차로를 양보하여 '모세의 기적'을 일으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배려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먼저 주는 것이며 사소하지만 위대한 것이다.
배려는 개인적으로는 행복과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를 연결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또한 사회 질서의 가장 기본적인 예의범절과 법질서도 배려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키워드도 다름 아닌 배려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소득 5만달러 시대, 글로벌 통일한국을 이룩할 수 있도록 따뜻하고 아름다운 배려의 꽃을 활짝 피우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시대적 책무가 아니겠는가?
윤상화/시인·대구시의회 경제환경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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