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불허(?)의 세상…콜록콜록하면 눈치 보이고, 병원 진료 받자니 감염 걱정

입력 2015-06-18 05:07:04

'감기 환자는 어쩌나?'

메르스 여파로 감기 환자들이 때아닌 고충을 겪고 있다. 증상이 메르스와 비슷해 불안해하거나 혼란에 휩싸이는가 하면 평소처럼 병원 진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감기에 걸린 송현우(34) 씨는 졸지에 회사에서 '민폐남'이 됐다. 매년 여름 에어컨 때문에 가벼운 감기를 앓는 송 씨지만 메르스 때문에 기침만 해도 동료의 눈총을 받고 있다. 불안감에 수시로 열을 재고 있지만 정상이었다. 병원에 가볼까 고민했지만 오히려 감기에 걸린 상태에서 병원을 찾으면 메르스에 쉽게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약만 먹고 있다. 송 씨는 "요즘은 기침하는 사람이 곧 메르스 환자처럼 눈총을 받는다. 감기에 걸리면 죄인이 된다"고 했다.

임신부 장모(32) 씨는 지난주에 열이 나고 기침하는 증상이 있어 다니고 있던 산부인과 의사에게 "감기인 것 같은데 혹시나 메르스가 걱정된다. 체온을 재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원래 임신 중에는 체온이 올라간다. 혹시 열이 많이 나는 것 같으면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대답만 들었다. 기침은 며칠 만에 잦아들었지만 장 씨는 병원이 환자를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장 씨는 "보건소에 전화하라거나 병원을 소개해주기는커녕 메르스라는 단어를 꺼내자마자 쫓아내려는 느낌이 들어 무척 불쾌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14일 이내에 중동지역을 방문했거나 메르스 환자가 방문한 의료기관을 다녀온 적이 있는지, 메르스 환자 또는 의심 환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단순 감기와 메르스를 구분하고 있다.

대구 한 보건소 관계자는 "감기 환자들이 병원 방문을 원한다면 일반 병원에서도 진료를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의료진들은 메르스 증상 의심 소견이 있다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국민안심병원으로 연계하고 아닐 경우 진료를 하고 있다. 만일 진료를 거부하면 의료법에 따라 면허'자격 취소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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