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대구, 과연 컬러풀한가?

입력 2015-05-22 05:00:00

'하늘열차'라 불리는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출퇴근으로, 업무로 또는 호기심으로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있다. 한 달 만에 누적 이용객이 200만 명을 넘었다. 초반의 우려와 기대 섞인 출발이 점점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게다가 전국 최초의 모노레일로 대구 관광의 호재로 떠오르고 있다.

도시철도 3호선의 가장 큰 매력은 지하철과 달리 탁 트인 대구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눈 둘 곳 없는 지하철과는 달리 지상철에서는 여기저기 눈 돌릴 곳이 많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대구의 지붕들, 옥상들, 산과 공원, 철로 주위의 건물들, 도로의 형태 등 대구의 숨겨진 속살이 드러난다.

그런데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다 보면 마음 한쪽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철로를 따라 흐르는 하천의 오염과 방치된 쓰레기들, 공단의 탁한 연기, 낡고 지저분한 가옥의 옥상들, 잘 정비되지 않은 도로 등이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몇 년 전 찾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가 자꾸 떠오른다. 두오모는 피렌체의 상징이며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다. 그곳에 올라 내려다보았던 도시의 아름다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지상철에서 내려다본 모습과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긴 하지만, 분명 대구의 모습이 '인상적'이거나 '컬러풀' 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불편한 진실은 또 있다. 북구에서 서구, 중구, 수성구를 연결하는 노선을 따라가다 보면 상대적으로 수성구가 수목이나 공원조성, 주택 등의 환경이 좀 더 깨끗하고 덜 낙후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지역 간의 불균형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눈에 보이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이번 도시철도 3호선 개통을 지역 간 균형발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하늘열차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3호선의 구간에는 달성공원, 서문시장, 어린이회관, 수성못 등 대구의 관광명소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관광지들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달성공원역은 이름만 달성공원역이지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외지인이 제대로 달성공원을 찾아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역 플랫폼에 동물 그림이라도 있다면 동물원 가는 길이 좀 더 즐겁지 않을까? 서문시장은 큰 규모의 전통시장으로 그 구조를 한눈에 알기가 쉽지 않다. 서문시장의 구조나 어느 곳에서 어떤 품목을 주로 판매하는지를, 어린이회관에서는 지금 어떤 행사가 진행 중인지 등을 역사에서 안내한다면 관광객들이 좀 더 환영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3호선과 연결되는 관광지들에 대한 홍보도 많이 부족하다. 칠곡운암역은 함지산과 운암지에 쉽게 갈 수 있다. 그리고 신남역이나 서문시장역에 내리면 근대골목투어에 쉽게 참가할 수 있으며, 대봉역은 김광석 거리와 인접하다. 그러나 이렇게 3호선 역에 내려 조금만 걷거나 환승을 하면 쉽게 갈 수 있는 관광지에 대한 안내가 거의 없다. 해당 역에 내리면 근처 관광지에 대한 사진이나 그림, 유래, 참가방법 등이 전시되어 있다거나 혹은 그에 관한 홍보물(브로슈어) 정도라도 비치되어 있다면 외지에서 찾은 관광객이나 그곳에 대해 잘 몰랐던 시민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역 자체의 조경에도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지상철 역은 지하철 역과 달리 접근성과 개방성이 뛰어나다. 따라서 단순히 역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니 도서관 또는 시립도서관 대여 책 반납서비스, 미니 전시회 등 작은 배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의 관광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번 도시철도 3호선의 개통을 십분 활용한다면 대구라는 도시가 외지인들과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와 감동을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상철 개통으로 드러난 대구의 민낯에 좀 더 분칠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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