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배운 안전수칙 생각 안나, 급격한 방 흔들림 중심 잃고 허둥
"방문을 먼저 열고 가스불과 전기를 차단한 다음 식탁 아래로 피하세요."
26일 오전 11시 대구 동구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지진체험 세트장. 교육 소방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트장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25일 네팔을 아비규환으로 만든 지진 규모(7.8)와 비슷한 규모 8의 지진 강도가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졌다. 몸을 잠시도 가누기 어려웠고 머릿속은 하얘졌다.
"문! 문!"이라고 교육 소방관이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위태롭게 걸어가 방문을 열어 의자로 고정했다. 다음 가스레인지 불을 끌 차례였지만 가스레인지 앞에 도착하자마자 진동이 멈췄다.
이날 세트장이 흔들린 시간은 단 20초. 어렵사리 정신을 차리자마자 상황이 종료됐다. 교육 소방관의 설명은 섬뜩했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기자의 생명은 위험했을 겁니다. 전기와 가스불을 차단하지 못했고 식탁 아래로 안전하게 대피하지도 못했어요. 가스불로 인한 화재는 물론, 머리 위로 위험한 물건이 떨어져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 겁니다."
이날 테마파크는 체험을 온 초등학생과 학원 선생님 등 단체 방문자로 북적였다. 이들은 지진 가상체험장에서 비명을 지르거나 우왕좌왕하기 바빴다. 사실 세트장이 흔들리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어렵다. 땅이 흔들리자 몸이 앞뒤로 흔들리는 것은 물론, 싱크대와 수납장 문이 들썩거렸다. 체험자의 안전을 위해 수납장 안 사물을 고정해두지 않았더라면 모두 밖으로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천장에 달린 전등도 떨어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일어서서 걷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중심을 잡기 어려워 곧 넘어질 것 같았다. 대구 청림초등학교 6학년 정호영(12) 군은 "실제로 집이 이렇게 흔들린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다. 배운 것을 잘 익혀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가영(12) 양도 "세트장도 무서운데 네팔의 도시 전체가 이렇게 흔들렸다고 하니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이 안 된다. 다치거나 죽었을 또래 친구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대구경북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 현재까지 대구경북에서 총 114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21일과 24일 포항 남구 동남동 쪽 해역에서 각각 규모 2.1과 2.3의 지진이 감지되기도 했다.
전문가는 지진에 대비한 가상체험은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수칙을 머릿속으로 익히고 있어도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대구는 오래된 건물이 많고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가 클 것이기 때문에 가상체험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재난 대피 지식을 실전에서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의정 기자 ejkim9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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