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대도 '녹내장' 주의

입력 2015-04-22 05:00:00

눈의 침침함을 호소하며 안과를 찾는 젊은 환자들 중에는 시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시야가 줄어든 녹내장인 경우가 종종 있다. 녹내장은 노인성 질환이라는 인식 때문에 40대 미만의 환자들은 진단 결과에 놀라곤 한다.

녹내장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지지만 노인성 질환으로 단정하긴 어렵다. 실제 2009년 8만4천 명이던 20, 30대 녹내장 환자는 2013년 11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녹내장이 건강 검진이나 근시교정 수술 전 검사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녹내장의 발병원인 중 하나는 시신경을 누르는 압력의 증가다. 안혈류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시신경 세포가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 된다. 이는 시신경 손상으로 이어져 녹내장이 발병하거나 진행될 수 있다. 시력이나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녹내장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만성 편두통이나 근시가 심한 경우라면 녹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 과거에는 안압이 높아야 녹내장이라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안압이 정상이면서 녹내장이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지난해 진료했던 20대 녹내장 환자는 어릴 때부터 근시가 심해 시력교정술을 받기 위해 수술 전 검사를 받다가 녹내장이 발견됐다. 만성 편두통을 앓다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녹내장을 진단받은 30대의 여성 환자도 있었다. 두 환자 모두 안압이 정상이었음에도 이미 시야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이런 경우 정기적인 검사와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 엎드려 자기나 목이 꽉 조이는 옷 입기 등 사소한 생활 습관도 주의해야 한다.

젊은 층의 녹내장은 조기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녹내장은 진행될수록 시야가 점점 좁아지거나 실명하게 된다. 녹내장 발병 시기가 이를수록 질환을 더디게 진행시키고 열심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망가진 시신경은 다시 회복시킬 수 없다.

녹내장은 특별한 증상 없이 시야가 서서히 좁아질 뿐, 시력은 유지될 수 있어 조기발견이 힘든 편이다. 건강검진이나 시력교정술 등을 위해 안과를 찾았다가 우연히 녹내장 발병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건강을 '우연'에 맡길 수는 없다.

따라서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 근시가 있는 경우, 편두통, 고혈압, 당뇨병, 복부비만, 대사증후군이 있다면 젊은 나이라도 녹내장 정기검진을 받거나 건강검진 시 추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고도 근시인 경우 각막이 얇아 안압이 실제보다 낮게 측정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시신경 검사와 시야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진단 이후에는 평소 점안제 사용과 같은 치료를 통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안압을 낮추고 시신경과 시야 손상 진행 여부에 대해 관리해야 한다.

김재우 교수(대구가톨릭대병원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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