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24시-현장기록 112] "쟤랑 놀지마" 함부로 말하면 처벌 받아요

입력 2015-04-02 05:00:00

"따르릉~~."

117신고센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속 주인공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울먹이고 있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어머니였는데, 그녀가 말한 내용은 이러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갑자기 죽었는데 자기 아들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학교에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확인하며 묻는 아이들도 있는데다 급기야 따돌림까지 당하는 등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이 소문으로 인해 매일 소리를 지르고 집에 돌아오면 말도 없고, 짜증 내고,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여 전화한 어머니 본인도 함께 학교생활을 하는 것 같고 우울증까지 왔다며 나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한 전화였다.

아이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서는 상담을 통한 해결이 필요했다. 나는 집 근처 제과점에서 학생과 학생 어머니를 함께 만났다. 거부하는 학생을 어머니가 억지로 데리고 왔고, 그 학생은 "과거의 일을 말하고 싶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한숨만 쉬고 말문을 닫았다. 마음에 빗장이 너무나 견고한 것을 느꼈다. 나는 일부러 아이를 무시한 채 어머니와 대화를 진행했다. 어머니가 대화 중 울고 웃는 모습을 보고 있던 아이의 눈빛이 약간 동요하기 시작했고 이 타이밍을 감지한 나는 아이를 향해 위로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참 울던 아이는 피해 내용을 말해 주었다.

허위 소문이 나서 아이들이 피하는 상황에서 학교 선생님들께 도움을 청했는데, 학교 선생님들은 "무조건 참아라. 너만 참으면 된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아이는 마음의 문을 닫았고, '다른 학교에 진학하고 시간이 흐르면 소문이 없어지겠지'라는 희망을 안고 다른 학교에 진학했다. 한두 달은 마음이 편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아이로 인해 다시 이 소문이 전파되기 시작했고, 선배들까지 그 내용을 말하면서 추궁을 하며 다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증할 증거자료가 없어 학교 측에 알려도 어떤 대책도 강구할 수 없었다. 무조건 참아야 하는 억울함에 아이는 점차 정신상태가 불안해지고 충동조절이 안 돼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행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아이를 위해 억울함을 풀어주고 가해학생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피해학생의 어머니와 수차례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과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경찰은 학교에서 학교폭력위원회를 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피해학생은 가해학생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를 하여 형사사건으로 처벌까지는 원치 않는다는 아름다운 마음을 보여주었고, 피해학생과 어머니의 불안한 심리적 정서 안정을 돕기 위해 심리상담기관에서 무료 지원을 받도록 도와주었다. 억울함이 풀리자 감사하게도 피해학생은 학교폭력의 어둠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원하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삼고 살겠다는 포부를 말하기도 했다.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내기에도 짧고 부족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원치않게 정서적 폭력인 집단 따돌림 피해로 인해 불안하고 우울해하며 하루하루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1대1이 아닌 모욕과 명예훼손을 수반한 집단 괴롭힘은 범죄이며 사람을 죽이는 행위다. '어리다' '장난이다'며 이런 괴롭힘을 용납할 단계는 이미 지났다. 청소년기 피해 경험이 자살까지 생각하게 만들고, 나아가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 낮은 자존감의 소유자로 피해의식 속에서 지낼 수 있다는 걸 가해학생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결하는 경우는 좀 곤란하다. 인터넷 한 사이트에서 알게 된 성인에게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이 "자신이 왕따를 당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은 이를 해결한다고 초등학생 10여 명을 대상으로 카카오스토리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겁을 주고, 타 지역에서 대구까지 찾아와 해당 초등학교 정문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아이들을 찾고 있더라는 것이다. 즉시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도록 학교 전담경찰에게 알렸고 전담경찰은 신속히 출동, 수사하여 가해자를 검거했다. 아마도 신고를 접하고 신속히 조치하여 빠른 검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제3자인 성인이 아이들 대상으로 어떤 폭력을 행하였을지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건이다.

'학교폭력 제로'를 향한 우리의 노력은 이제 사회적 과제가 됐다. 경찰을 비롯한 관계기관과 더불어 우리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가는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결하려는 근절 의지를 보여야 한다. 특히 집단따돌림은 피해자로 하여금 자살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로 성장하여 미래에 주역이 되도록 시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부모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세심한 당부를 해줄 것을 바란다. 또한 피해학생의 보호자나 지인이 먼저 흥분하여 가해자를 찾아가 물리적으로 응징부터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개인의 잘못된 잣대로 학교폭력을 해결하고자 할 때 또 다른 범죄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117전화 또는 117chat, 문자를 이용해 언제라도 신고하여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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