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실패/이제상'송유미 공저/형설 출판사 펴냄
올해 2월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출생'사망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43만5천300명으로 2013년(43만6천500명)보다 1천200명 감소했다. 2014년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초저출산 기준선(1.30명)에 못 미치며 OECD 34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 결혼은 했지만 의도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이 늘어난 데다, 아이를 낳더라도 1명만 낳는 가정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저출산은 돈 문제'라는 인식 아래, 보육비, 학비, 출산장려금 등을 지원하며 출산율 제고에 나섰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오르지 않았다. 이를 근거로 이 책은 '비용은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일 뿐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다'고 말한다. 비용경감이나 소득보전정책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겠지만,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12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고, 범정부 차원에서 출산장려운동을 펼쳤지만 2001년 1.30으로 떨어진 출산율은 이후로도 오르기는커녕 되레 떨어졌다.
이 책 '가족의 실패'는 비용 중심의 프레임(Frame)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비용보다는 시대변화에 맞는 제도와 의식개혁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저출산이 가족 중심축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가족의 중심축이 부모와 자식의 수직축에서 남편과 아내 사이의 수평축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가족 중심축의 변화에 따라 예전에는 당연시되었던 자녀양육과 부모부양이라는 세대관계가 약화되고, 부부관계가 강화되면서 개인의 자율성, 독립성, 이기심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이 강화되면서 예전에는 여성이 출산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자녀를 이타적으로 양육했다면, 후기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자신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화 초기 비경제재로서 무한정 주어지는 것으로 보였던 인구와 노동력이 부모의 합리적 이기심에 의해 공급되는 경제재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시장경제가 개인의 합리적 이기심에 바탕을 둔 가격기능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부모가 출산을 이익과 불이익이라는 경제행위로 인식함에 따라 전통적인 가족기능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서구 유럽 국가들에서는 200년에 걸쳐 일어났지만 한국에서는 불과 반세기 만에 압축적으로 일어났고, 그 결과 한국은 급작스러운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책은 수평적 가족질서와 수직적 가족질서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저출산 및 양육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가장 큰 피해는 아이들이 입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양육의 질 역시 과거보다 나빠졌다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진출로 홀로 집에 있는 아이들이 한 예다. 이에 따라 아이들은 정신적 불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자라서는 은둔형 외톨이, 묻지마 범죄, 학교 왕따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책은 저출산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세대를 양성하려면 아이들 입장에서 체계를 다시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방법으로 첫째, 국가 및 사회적 차원에서 수직축을 강화해야 하고, 둘째 자녀양육은 양성평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셋째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육성해야 하며, 넷째 가족의 사회적 기여분을 자녀의 수에 따라 다르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 정책안도 제시하고 있는데, 아이는 만 36개월이 될 때까지 부모의 품에서 자라야 하고, 아버지도 어머니와 똑같이 아이를 키워야 하며, 셋째 민간 기업을 포함한 모든 직장에는 보육시설을 설치하고 지원해야 하며, 넷째 국가의 영유아 보육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산업화와 함께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여성에게만 직업활동과 양육활동을 동시에 수행하게 하는 이중부담을 강요한다면 저출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255쪽, 1만6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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