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구청장 동생 개입 의혹…도심 대형마트 제한 '허사'

입력 2015-03-23 05:00:00

소송 중 침산동 롯데마트 판결 관계없이 개점할 판…"영업 허가 취소 결정해야"

대구시와 북구청이 침산동 롯데마트 입점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영세상권 보호를 위해 4차 순환선 내 대형마트 신규 입점을 제한해 온 시 방침을 북구청이 8년 만에 일방적으로 깨뜨렸기 때문이다.

또 대형마트 신규 허가 과정에서 해당 시행사와 전직 구청장 동생 사이에 금품이 오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허가 과정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다.

◆대구시 8년 원칙 무너질 판

북구청과 롯데마트는 현재 침산동 롯데마트 개점을 두고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당초 침산동에 대형마트 허가를 받은 시행사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한 롯데가 농수산식품 등 1차 식품을 마트 내에서 판매하겠다는 내용으로 사업자 변경 승인을 요청하자 북구청이 반려한 때문이다.

이달 중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대구시는 어떤 판결이 나더라도 '4차 순환선 내 대형마트 신규 입점'을 뒤짚을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점을 추진했던 롯데측이 승소하면 바로 대형마트 개점을 할 것으로 보이고 패소하더라도 1차 식품을 제외한 대형마트 개점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대구시 관계자는 "당초 대형마트 허가를 강하게 반대했고 현재는 영업 허가 취소를 북구청에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구청이 영업허가 취소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북구청에 2013년 8월 시행사인 스탠다드퍼시픽홀딩스(이하 SPH)에게 대규모점포로만 업태를 명시해야 하는데도 '대형마트'로 못 박았다. 대규모점포나 쇼핑몰, 아울렛 등 다를 업태로 명시하거나 굳이 명시할 필요가 없지만 '대형마트'로 허가를 내 준 것.

현재 유통법상 매장면적 3천㎡ 이상인 경우 대규모 점포로 등록돼 있으며 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다시 6개 업태(대형마트, 백화점, 대형 쇼핑몰 등)로 분류된다. 등록허가를 결정하는 대구 지역 내 구'군청이 대형마트로 등록해준 사례는 없다.

대구시가 지난 2006년 12월 '대형소매점의 지역 기여도 향상 및 신규 진입 억제 계획'을 세우고 4차순환선 내 도심에는 대형마트 입점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4차순환선 대형마트 억제 방침 이후 7개 점포의 대형마트가 도심 입점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중구 남문시장 앞 대형마트의 경우 시의 대형마트 억제 계획 이전에 등록이 결정됐는데도 시와 중구청의 사업 반려로 아직까지 입점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정기영 서민경제팀장은 "지난 8년간 대형마트의 입점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는데 북구청의 조치로 한 순간에 원칙이 다 무너지게 생겼다"며 "소송이 끝나고 롯데마트가 개점을 하면 대형마트들이 속속 도심에 진입하려고 꼼수를 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가 과정 의혹도

이종화 전 북구청장의 동생 이모(53) 씨가 대형마트 시행사 SHP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허가 과정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다.

대구지법은 지난 12일 시행사 대표로부터 지난해 11월 중순 등 두 차례에 걸쳐 5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이 씨에게 징역 1년(변호사법 위반)을 선고했다.

이 씨는 2013년 1월 이후 시행사 대표와 수시로 만나 "형이 구청장으로 있어 인허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사업(인허가)이 성공하면 시행사로부터 현금 3억원과 상가 1실을 받기로 한 혐의다.

실제 이 씨의 주선으로 시행사 대표는 당시 이 북구청장을 만난 것으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 영업등록허가 과정에 친동생 외에 관련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대구 경실련은 17일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인'허가권 청탁과 관련한 의혹의 전면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또 칠성시장상인연합회도 "롯데의 침산동 대형마트 입점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탄원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의 모든 공무원이 대형마트 입점을 막으려고 뛰어다니고 있는데 북구청의 일방적인 허가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전직 구청장 동생의 개입 사실이 드러난 만큼 철저한 의혹 규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구시는 대형마트 영업 허가를 내 준 북구청이 영업허가를 취소해야 향후 '4차 순환선 내 대형마트 입점'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북구청은 대형마트 개점은 허가하더라도 품목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으로 대형마트 영업 취소를 해야 주변 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 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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