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안팎 소액물품 구매자 배송 않고 버티면 체념하더라"
차정환(가명'24) 씨는 지난달 6일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2만4천원짜리 바지를 주문했다. 그러나 닷새가 지나도 바지가 배달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쇼핑몰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배송 전'이라는 문구만 떴다. 게다가 홈페이지 문의 게시판에는 방문객이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등록한 환불 요청글 10여 건이 있을 뿐이었다. 품절 안내나 배송 지연 공지는 아예 없었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두고 홈페이지에 '설 연휴가 끝나고 배송이 시작된다'는 공지가 잠시 게재됐지만, 이후에도 일주일 넘게 관련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의문이 든 차 씨가 고객센터 운영 시간(오전 11시~오후 2시)에 맞춰 전화했지만 담당자와 통화할 수 없었다. 결국 차 씨는 지난달 말쯤 가까운 경찰서를 찾아 해당 쇼핑몰을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령 인터넷 쇼핑몰(이하 유령 쇼핑몰)을 운영하며 돈을 가로채는 사기범이 간혹 있다"고 했다. 차 씨는 "신상품 소개는 꾸준히 등록되는데 구매 후기는 단 9건뿐이었다. 이 중 8건이 2013년 4월 2일 하루 동안 비슷한 문체로 착용 사진도 없이 등록돼 있었다. 이것을 보고서야 내가 속았단 걸 알았다"고 했다.
가짜 홈페이지를 내걸고 소비자로부터 상품대금만 받아 챙기는 유령 쇼핑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홈페이지에 상품 사진과 가격, 취급법, 배송 안내 등을 그럴듯하게 올리고서 상품 대금을 받은 뒤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으로 소비자의 돈을 가로챈다.
이들은 소비자가 10만원 전후의 저가 상품을 주문하고서 한동안 상품을 못 받거나 환불받는 데 실패하면 이내 체념하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유령 쇼핑몰은 ▷현금결제만 유도 ▷사업자와 예금주 이름이 다름 ▷문의에 대한 답변 및 공지가 없음 ▷전화 연결이 어려움 등의 특징을 보인다.
사업장이 수도권에 위치하다 보니 지역민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검거한 유령 쇼핑몰 1천352곳 중 대구경북에서 적발된 곳(운영자 계좌 개설지 기준)은 3%인 41곳(대구 27곳, 경북 14곳)에 불과하다. 대다수 쇼핑몰 사업장이 수도권에 있다 보니 지역민들은 피해를 입고도 사기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거나 신고를 꺼린다. 피해자 장모(28) 씨는 "지난해 4월 경기도 오산시 소재 유령 쇼핑몰에 5만원을 입금했지만, 경찰에 신고하면 그곳에서 조사를 받아야 할까 봐 부담돼 환불 요구도 신고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홈페이지가 상시 개방된 탓에 불특정다수의 피해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점도 문제다. 대구경찰청 한 관계자는 "운영자가 홈페이지를 범죄 목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야만 홈페이지를 강제 폐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피해가 의심되는 즉시 상담할 것을 권하고 있다. 피해자는 쇼핑몰 소재지에 갈 필요 없이 가까운 경찰서에 은행 거래 내역서 등 증거를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사기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결제 전에 업체의 진위 여부부터 파악해야 한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등에서 사업자등록번호를 조회하면 정상 영업하는지, 사업자 이름으로 등록된 실제 영업처(홈페이지 주소 및 사업장 소재지)가 어디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준헌 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이준석 이어 전광훈까지…쪼개지는 보수 "일대일 구도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