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내 배치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한국 가입 문제를 놓고 중국이 우리를 이중으로 압박하고 있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절대 안 되고 AIIB에는 가입하라는 것이다. 마치 청일전쟁의 패배로 상실한 한반도에 대한 종주권(宗主權)을 되찾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만약 중국이 공산화되지 않고 장제스(蔣介石)의 국민당이 권력을 잡았어도 우리나라에 이런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였을까. 장제스가 한국의 임시정부를 지원하고 광복군을 후원한 사실 등은 우리로 하여금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은 이런 상식적 추론을 뒤집어버린다.
지난 2010년 공개된 1940년대 초 장제스 정부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장제스는 2차 대전 종전 후 연합국 군대의 한반도 진주 시 중국군도 함께 보내 한강 이북을 접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 임시정부를 구성할 때 외교'국방'치안 분야를 중국인 고문이 담당하는 고문정치를 시행하고, 새로 창설될 한국군은 중국의 지원 아래 만들어진 한국광복군이 중심이 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결국 장제스는 한국을 중국의 사실상의 속국(屬國)으로 만들려 했던 것이다.
이러한 장제스의 한국 인식의 연원을 더듬어 올라가면 가장 먼저 닿는 인물이 쑨원(孫文)이다. 국내에서는 쑨원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약소민족의 입장을 옹호해온 인물로 인식하지만 실제 언행을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단적인 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 겸 법무장관 신규식을 만난 직후인 1921년 12월에 행한 연설이다. 이 연설에서 쑨원은 한국을 포함해 중국에 조공을 바치던 주변 국가들을 "중국이 상실한 영토"라고 했다. 이런 인식은 객관적 여건만 되면 언제든 주종관계의 회복으로 비약할 소지를 안고 있다.
한국에 대한 중국정부의 오만한 자세는 이런 사실에 비춰보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중국은 지배권력이 봉건왕조든 근대적 정부든, 그 색깔이 푸르든 붉든 '중화(中華) 제국주의' DNA에 지배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청(淸)조나 국민당 정부, 공산당 정부 등 세대와 정부를 뛰어넘어 이어진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거친 외교'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장제스와 쑨원의 한국 인식을 연구해온 신라대학 배경한 교수의 경고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