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동양대 이전 사태
동양대학교가 경기도 동두천시에 제2캠퍼스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의 반발이 드세다. 대학 측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지역민들은 지역경제를 파탄 낸다며 반대운동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방대, 왜 지방을 떠나려 하나?
영주 풍기읍에 위치한 동양대는 공무원사관학교로 특성화된 대학이다. 1994년 개교한 동양대는 26개 학과에 4천600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2016년 문을 여는 동양대 동두천캠퍼스는 규모나 정원 면에서 동양대 본교 규모의 40%에 이른다.
이전 캠퍼스는 정원 1천748명으로, 11만1천480㎡ 부지에 7층 규모의 대학본부가 신축되고 학생편의시설, 기숙사 등 10개 동이 조성된다. 이를 위해 동양대는 419억원을 투입해 2016년 3월 개교할 계획이다.
경산에 본교를 둔 대경대도 경기도 남양주시에 제2캠퍼스를 마련하고 내년 3월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캠퍼스를 문화'예체능 분야와 인문계열로 이원화하겠다는 것. 남양주에는 ▷분장예술과 ▷뮤지컬과 ▷실용음악과 ▷모델과 등 4개 학과가 이전하며, 입학정원은 160명이다. 본교 입학정원은 1천800여 명이다.
대경대 관계자는 "이전 학과 학생들이 취업할 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이곳에 제2캠퍼스를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대가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데 비해 신입생 모집은 벽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동양대의 경우 지난해 37명, 올해 112명의 신입생 미달사태를 빚었다. 특히 2018학년도부터는 전국적으로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넘어서게 돼 신입생 모집이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학구조개혁 평가 최종안을 마련하고 2023년까지 대학입학정원 16만 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방대들이 학생 모집이 그나마 수월한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동양대 관계자는 "대학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대학 떠나면 주변 지역 공동화 우려
소도시에 자리 잡은 지방대가 학교 일부를 수도권으로 이전할 경우 후폭풍이 적지 않다. 옮겨가는 캠퍼스로 학교 역량이 집중되면서 본교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입학 정원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에 영향이 큰 대학의 특성상 본교가 위축되면 주변 상권이 무너지고 인구공동화가 진행돼 지역 사회가 큰 혼란을 겪게 된다.
실제 2004년 가야대가 캠퍼스를 이전한 고령의 경우 지역 경기 전체가 가라앉고 학교 주변이 황폐화됐으며 인구도 10% 이상 빠져나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 같은 결과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가칭)동양대학교 이전저지범시민대책위원회는 최근 풍기읍사무소에서 동양대 이전 저지 대책모임을 갖고 본격적인 반대서명운동에 나섰다.
주민 이모(58) 씨는 "동양대는 학생수급을 내세워 이전만 주장할 뿐 지역사회와 공생을 위한 노력에는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허모(62) 씨도 "대학 교육의 질을 높여 학생들을 유치해야지 지역을 떠나겠다는 건 대책이 아니다"라며 "충북 제천은 세명대 이전을 막기 위해 정치권과 시민들이 똘똘 뭉쳤다. 영주시민들도 이전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대의 탈출을 막기 위해 지역 사회는 대학을 지원하고, 대학은 지역 인재를 채용하는 등 양측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벨리스와 OCI, 일진 등 영주에 거점을 둔 기업들도 동양대 졸업생 중 성적 우수학생을 우선 채용하는 등 취업 활성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폴리텍대학 연수 비용 등 직업 훈련 비용의 일부나 장학금을 지자체가 지원하는 등 폭넓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 측은 지역 출신 교수의 채용을 확대, 지역 인재를 우선 고용하고 이들을 통해 신입생 모집에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북도의회 박성만 도의원은 "지자체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으로 지방대학 육성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야 한다"면서 "학생 수가 늘면 자치단체의 교부금이 늘어나 지역 살림살이에도 엄청난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주 마경대 기자 kdma@msnet.co.kr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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