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식습관 나트륨 과잉 예방법

입력 2015-03-18 05:00:00

소금, 레시피의 '절반'만 넣으세요

#김치·장류…WHO 권고량 2배 섭취

#고혈압치·신장질환치·뇌졸중치·위암 원인

#미나리치·오이 먹어 몸 밖 배출시켜야

직장인 최모(45) 씨는 최근 점심식사를 위해 회사 인근에 있는 한 식당을 찾았다. 최 씨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된장찌개. 최 씨는 된장찌개 한 뚝배기에 계란찜과 잡채, 쥐포조림, 김치, 깻잎지 등의 반찬을 싹싹 비웠다. 최 씨가 이날 점심 한 끼로 섭취한 나트륨양은 3천354㎎.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섭취 권고량(2천㎎)의 1.6배를 한 번에 섭취한 셈이다.

소금(NaCl)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다. 나트륨은 몸속의 수분량을 조절하고 신경자극을 전달하며 영양소를 흡수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나트륨이 지나치게 많으면 고혈압과 뇌졸중, 신장질환, 위암 등 각종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식당 음식, 나트륨 얼마나 들었을까?

짜고 맵기로 유명한 대구의 식당 음식에는 나트륨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지난해 대구시와 대구보건환경연구원, 경북대 산학협력단은 대구시내 음식점 134곳에서 반찬 등 186개 음식을 수거해 나트륨과 칼륨, 칼슘 함량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은 음식은 게장류로 100g당 나트륨이 평균 1천117㎎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게장 200g을 먹으면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훌쩍 넘기는 셈이다. 나트륨이 가장 적은 음식은 국과 찜으로 각각 186.2㎎과 188.1㎎을 기록했다.

칼륨의 비율을 따지면 국이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칼륨은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트륨과 칼륨의 비율은 1대 1에 가까울수록 좋다. 국의 나트륨과 칼륨 비율은 8.8대 1로 가장 나빴다. 장아찌류는 7.7대 1, 게장류 4.7대 1, 김치류 3.5대 1 등이었다. 찜은 나트륨과 칼륨의 비율이 0.7로 가장 좋았고, 구이나 전도 1.9로 뒤를 이었다.

경북대 식품영양학과 이연경 교수는 "국물류의 염도는 0.54%로 낮지만 나트륨과 칼륨의 비율이 떨어지고 먹는 양이 많기 때문에 나트륨 섭취가 늘어나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나트륨 얼마나 많이 먹고 있나?

우리 국민 1인당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2013년 현재 4천67㎎이다.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0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2008년 하루 4천533㎎이던 나트륨 섭취량은 2010년 4천878㎎으로 정점으로 찍었다가 꾸준히 줄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WHO의 권고기준인 하루 2천㎎보다 2배 이상 높다.

어린이·청소년들의 나트륨 섭취량도 우려할 수준이다. 국내의 경우 어린이·청소년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1, 2세 1천283㎎, 3~5세 2천17㎎, 6~11세 3천134㎎, 12~18세 4천110㎎ 등에 이른다. 15세 이상의 충분섭취량인 1천500㎎을 훌쩍 넘는 셈이다.

과도한 나트륨은 혈관의 건강을 해친다. 나트륨이 늘면 체내의 삼투농도가 증가하면서 세포외액량이 늘어나고, 혈액량이 많아지면서 혈압이 오르게 된다. 혈관 벽에도 독성을 나타내 동맥경화를 유발할 수 있다. 짜게 먹는 습관은 혈압 상승과 뇌졸중, 심장질환 및 신장질환의 가능성을 높이고 칼슘의 배설량을 늘려 골다공증을 초래한다. 하루에 나트륨 2천400㎎(소금 6g) 이상 섭취하는 사람은 그 이하로 먹는 사람들에 비해 고혈압 위험도가 1.77~2.39배 높아진다.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창호 교수는 "나트륨이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섭취량을 줄이면 체내 수분이 줄어 부기가 빠지면서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덜 짠 음식 내놓는 '건강음식점' 어때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고량은 2천㎎ 미만, 칼륨은 매일 3천510㎎ 이상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면 우선 심심한 맛에 익숙해져야 한다. 처음에는 괴롭지만 2주 정도면 심심한 맛에 적응할 수 있다. 음식이 뜨겁거나 매운맛이 강하면 입맛이 둔해지므로 너무 뜨거울 때 간을 보지 않는 게 좋다. 절임 음식이나 양념, 소스를 적게 담고, 국물은 건더기 위주로 먹는다. 식품을 살 때는 나트륨 함량이 적은 제품을 고르고, 음식점에서는 양념과 소금을 따로 달라고 주문하면 도움이 된다.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하는 칼륨 섭취도 중요하다. 칼륨은 시금치, 미나리, 바나나, 참외, 멜론, 토마토, 케일, 콜라비, 샐러리, 브로콜리, 수박, 오이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콩류와 어패류, 해조류에도 풍부하다.

대구시가 지정한 '건강음식점'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대구시는 지난해 음식에 나트륨이 20~25%가량 적게 들어간 '건강음식점' 11곳을 선정했다. 올 연말까지 45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나트륨 함량이 1천300㎎ 이하인 삼삼급식소도 5곳을 지정하기로 했다. 학교 급식 저염화를 위해 대구시교육청과 함께 2017년까지 한 끼 나트륨 함량을 1천67㎎으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학교 급식의 나트륨 함량은 중학교 1천99㎎, 고등학교 1천454㎎이다.

대구시 김영애 보건복지국장은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만성병으로부터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손쉽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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