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자연선택을 통한 종의 진화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19세기 말 허버트 스펜서가 다윈의 생물학적 진화의 법칙을 인간사회에 적용한 사회진화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스펜서는 사회도 생물학적 진화의 법칙과 마찬가지로 적자생존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진화론은 15세기 말부터의 대항해시대를 거치며 비유럽세계를 유럽의 식민지로 확대한, 이른바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되었습니다. 환경에 잘 적응한 종이 자연에 의해 선택되어 생물학적 진화를 이룬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사회진화론에서는 우승열패, 약육강식의 논리로 비약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사회에 잘 적응한, 우세한 종인 유럽세계가 우등한 존재로 열등한 존재를 제치고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 과학적이라는 설명까지 붙었습니다.
1880년대 서구세력의 압도적 힘을 충격으로 받아들인 한국사회의 개화 지식인들도 사회진화론을 과학의 이름으로 수용했습니다. 19세기를 우등한 존재가 승리하고 열등한 존재는 패배하여 강자의 먹이가 된다는 우승열패와 약육강식의 시대로 인식했습니다. 이러한 세계사적 경쟁에 무방비로 노출된 당시의 한국 사회는 하루바삐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실력양성론이 대두하여 독립운동에 사상적인 기여도 했습니다.
하지만 애초 서구제국주의의 비유럽세계에 대한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개발된 사회진화론은 그 자체로 함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열등하고 약한 존재는 우등하고 강한 존재에게 지배를 받는 것이 사회진화론이 얘기하는 과학적 법칙이었으니 말입니다.
1919년 3'1만세운동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대한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배는 오히려 더 굳건하면서도 교묘해졌습니다. 이에 실망한 많은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들이 집단으로의 결집력이 약한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벗어나고자 했습니다. 개인적 존재로의 일부 지식인들은 자신이 가진 우등함과 강함을 바탕으로 일본제국의 일원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보상받고자 합니다. 그 결과가 친일의 형태로 드러나게 된 것이지요.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사이비 과학이 주장하는 우승열패, 약육강식의 경쟁논리가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가요? 헉슬리의 경쟁 중심 사회진화론에 대항해 크로포트킨은 연대와 협동의 상호부조를 기본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진화론인 '상호부조론'(1902)을 주창했습니다. 그의 사상은 폭력적 방법까지 옹호하는 사회주의자, 아나키스트와 구분하여 온건 아나키즘으로 분류됩니다. 연대와 평등의 원칙에 기초한 협동의 경제를 통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경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세계적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 영역이 바로 '사회적 경제'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새로운 시도가 결실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개인의 경쟁력 키우기, 돈벌이로 수렴되는 경제에 대한 접근 방법을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따뜻한 경제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그것입니다. 송현여고는 2011년부터 팀을 구성해 사회적 경제 실천 아이디어 발표대회(송현아카데미 콘테스트)를 진행해오고 있으며, 2014년 연말에는 세상에 대한 인식을 넘어 실천하는 '나'를 주제로 인문경제학 캠프를 열었습니다.
그 결과 돈벌이로 접근하는 '경쟁적 경제'를 넘어 함께 어울려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사회적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진로 목표를 설정해 대학에 입학한 친구들도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인문학의 가치를 품은 사회적 경제를 인식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안병학 송현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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