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때 日 훔쳐간 하회탈 '복원'…김동표 하회동탈박물관장 첫 공개

입력 2015-03-13 05:00:00

큐슈 한 시립박물관 소장 '조선고면' 유실 부분 보완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넘어가 '잃어버렸던 안동 하회탈'이란 의견이 제기됐던 조선의 옛 탈이 원형 그대로 복원됐다.

이와 관련, 탈 전문가들은 잃어버린 하회탈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하회탈 조각가인 김동표(63) 하회동탈박물관장은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현(熊本縣) 야츠시로(八代) 시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고면'(朝鮮古面, 본지 2007년 10월 24일 자 보도)의 부식과 충해(蟲害) 유실 부분을 완전 보완, 탈 원형 복원에 성공해 12일 일반에 처음 공개했다.

이 탈은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당시 왜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를 따라 조선으로 들어온 한 일본인 징용자가 일본으로 가져간 목제 탈로, 잃어버린 하회탈 3개(총각탈'별채탈'떡다리탈) 가운데 별채탈로 추정돼 학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끈 바 있다.

김 관장이 복원한 조선고면은 가면 크기가 가로 20.4㎝, 세로 25.2㎝로 눈 모양만 다를 뿐 툭 튀어나온 이마(높이 11.6㎝)와 과장된 코(높이 14.2㎝), 턱선 등 전체적인 측면 탈 윤곽과 뺨에 묘사된 주름살의 방향이 초랭이탈과 거의 비슷하다.

특히 이마 눈썹 사이의 양미간이 V자 형태로 움푹 파인 것은 할미탈과 닮은꼴이며, 눈매는 양반탈과 비슷해 상당 부분 하회탈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혀를 빼물고 있는 포악한 형상은 현재 바보역인 이매탈이 패랭이를 쓰고 세금을 거두는 관리역에 어울리는 인상이다. 관리역은 지금은 원형이 전해지지 않는 별채탈을 본래 쓴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김 관장은 "일반적인 하회탈보다 크기가 좀 크다는 점은 있으나 탈을 깎는 과정에서 현존하는 우리 하회탈의 다양한 특징이 한데 모여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다"며 "조선고면의 측면 윤곽과 주름 방향이 초랭이탈과 일치한다는 것을 처음 알고 나서 400년 전 이 탈의 제작자가 국보 하회탈을 만든 사람과 동일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고면'은 일본 측이 지은 이름으로 지난 2007년 야츠시로 박물관이 왜장 고니시 특별전을 통해 공개하면서 그 존재가 처음 국내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야츠시로 박물관 학예사들은 '야츠시로에 사는 한 농민의 집에 그의 선조가 고니시의 조선 출병 당시 잡역 인부로 징발됐다가 돌아오면서 조선에서 가지고 온 큰 가면이 있다'는 구마모토 향토지(肥後國誌)의 기록을 근거로 고면 소재지를 추적, 임진왜란 후 400여 년 동안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탈을 찾아냈다. 당시 탈은 옻칠에도 불구, 벌레가 먹어 일부가 멸실된 상태였다.

안동 권동순 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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