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공통언어 해학·익살…탈춤문화 블루오션 점검
800년 동안이나 해학과 익살로 세태를 풍자해 온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이제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16만 명의 소도시 안동이 펼치고 있는 '하회탈춤 세계화'는 두 가지 방식이다. 그 한 가지가 1997년 하회탈춤을 소재로 세계인들을 안동으로 불러들인 '국제탈춤페스티벌'을 시작한 것이고, 또 하나는 지구촌 속으로 파고들기 위해 유네스코 산하 비정부기구(NGO)인 세계탈문화예술연맹(IMACO)의 설립이다. 절묘한 쌍방향 문화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인들의 탈춤 행사 국제탈춤페스티벌
"외국의 문화예술인들은 매년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리는 안동을 두고 '탈춤-파리'(Mask dance-Paris)라며 격찬합니다. 세계 문화의 중심인 프랑스 파리처럼 안동이 세계 탈춤의 중심이라는 뜻이지요."
권두현(50) 경북미래문화재단 이사는 199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은 그동안 축제에 참가한 외국 공연단 수가 139개국, 161개 단체에 이른다고 자랑한다. 단순히 참가 국가 수만 비교해도 유엔 규모에 버금간다는 것.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 등 각 대륙 문화권의 탈춤이 한 번쯤은 안동을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같은 기간 탈춤페스티벌 축제장을 찾은 외국인도 100만 명에 육박한다.
"타이완 사자춤과 중국의 나희가면극이 한자리에서 공연되면서 반목하던 중국과 타이완의 문화예술인들이 화합의 장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권 이사가 축제 사무국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3회 페스티벌 때의 일. 타이완 사자춤팀의 공연을 관람하던 중국 경극팀이 예기치 않은 기립 박수를 보내며 서로 얼싸안아 주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모든 인위적 장벽은 국제교류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탈춤축제를 통해 확인했었지요. 특히 정치성이 없는 문화교류는 정감 어린 인류애를 담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권두현 이사는 순수한 문화예술인들이 앞장선 국가 간의 문화교류야말로 상호 간 진실성 회복과 신뢰구축으로 진정한 세계평화를 유도해 낼 수 있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린 이래 탈춤 축제장에는 정치적으로는 앙숙 관계인 중국과 티베트 문예인들이 같이 공연했고, 터키와 요르단 등 중동과 유럽인들도 함께 참석했다.
러시아와 라트비아, 우즈베키스탄, 크로아티아도 한자리에서 공연했다. 남중국해로 갈등을 겪고 있는 베트남과 필리핀, 중국도 한자리 공연에서 아무 탈이 없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이제 세계 탈춤꾼들은 물론, 이를 보려는 세계인들을 초청해 상호 간 신뢰 회복과 동질성을 확인시켜 주는 문화의 장, 평화의 장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고려 중기에 시작돼 지난 800년간 하회마을 내에서 신분과 지위를 떠나 반상 간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며, 마을 구성원들의 대동화합을 도출해 내는 긴요한 문화적 도구였던 게 바로 하회별신굿탈놀이다.
안동축제관광재단 권재환(41) 사무처장은 이렇게 이어 말한다. "이제 앞으로 800년은 지구촌 세계인들에게 종교와 인종을 초월하여 가슴 뜨거운 인류애가 넘칠 수 있도록 하는 데 탈춤공연의 가치와 페스티벌 개최의 의미를 두고자 합니다."
◆지구촌 탈춤의 중심, 이마코(IMACO)
1997년 첫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참가한 관광객은 10만 명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14년엔 110만 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승승장구한 국제탈춤페스티벌은 결국 하회탈 세계화를 위한 유네스코(UNESCO) 산하 국제민간단체(NGO)를 탄생시켰다. 바로 2006년 9월 창립한 세계탈문화예술연맹(International Mask Arts Culture Organization'IMACO)이다. 창립 8년 만인 2014년 6월 파리 유네스코 본부로부터 탈과 탈춤 관련 국가자문기구로 인가받았다.
"탈과 탈춤의 세계 보편적 가치를 문화적 측면에서 잽싸게 선점해 버림으로써 하회탈춤을 앞세운 문화 세계화에 시동을 걸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계탈문화예술연맹 김호민(34) 사무차장은 이마코(IMACO) 설립으로 문화 세계화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세계 속의 안동'이라는 도시 세계화의 목표를 세우는 것도 가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만큼 탈과 탈춤이 지구촌 세계인들의 보편적 문화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일찍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세계 탈춤 문화시장의 블루오션(Blue Ocean)을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모두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야 사람들이 이마코의 가치를 느끼기 시작했나 봅니다. 단체에 참여 의사를 보이는 지역 사람들도 무척 많아졌습니다."
김 사무차장은 이제 안동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인들까지도 적극적으로 이마코 참여를 희망한다고 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참여도가 높아 '아시아 속의 안동'은 굳혀 놓은 상태라고 자랑했다. 이미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도시 인지도 조사에서 경주를 능가할 정도라는 것이다.
회원국만 해도 벌써 몽골, 부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중국,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쿠웨이트, 이란, 방글라데시, 바레인,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 투르크메니스탄 등 26개국이다.
또한 스페인, 핀란드, 터키, 그리스, 라트비아, 프랑스,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과 캐나다, 코스타리카, 멕시코, 브라질, 페루, 볼리비아, 과테말라, 미국, 콜롬비아 등 유럽권 아메리카권 17개국도 참가하고 있다. 아프리카 문화권인 케냐, 수단, 말리, 시에라리온, 가봉,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잠비아 등 11개국, 호주와 뉴질랜드 등 2개국을 합해 모두 56개국 131개 단체와 개인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탈춤은 춤사위 자체가 만국 공통의 언어입니다. 연극처럼 대사가 필요하지 않지요. 따라서 이마코의 탈 문화 국제 네트워크는 통역 없이 국가 간이나 민족 간의 교류를 촉진해 앞으로 인류평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권재환 사무처장에 이어, 김호민 사무차장이 토하는 기염에서 머잖아 이룩될 '세계 속의 안동'이 그려진다.
◆'활'탈'연'신도청권의 새 문화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찾아 와 자신의 73번째 생일을 하회마을에서 맞이했지요. 그게 하회탈춤 세계화의 기폭제가 됐습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부네역 손상락(56) 학예사는 하회탈춤 세계화는 새천년과 동시에 본격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하회마을 담연재에서 열린 영국여왕 생일잔치 축하공연은 50억 지구촌 세계인들의 안방으로 중계되면서 하회마을의 탈춤이 한국의 탈춤으로, 세계인의 탈춤이 됐다는 것이다.
그 당시 여왕 생일 상차림은 안동 전통식품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안동간고등어와 안동버버리찰떡, 안동식혜, 안동찜닭이 전국에 뜨기 시작한 것도 우리 문화 세계화의 부수적 효과이지 우연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회탈춤 세계화는 무뚝뚝한 안동시민들에게 친절한 국제 예의와 상냥한 국제 감각을 앉아서 체득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고 덧붙인다. 특히 외국인들의 하회마을 방문은 안동의 이미지를 한국의 문화도시로 각인시켜 주고 소도시 지방 문예인들의 국제 문화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거듭 설명한다.
"안동의 탈축제와 의성의 연축제, 그리고 예천의 활축제는 다분히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신도청 문화권인 예천, 안동과 의성은 이 활'탈'연의 세계화에 공동보조를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권두현 이사는 한발 더 나간다. 지난 17년간의 하회탈춤 세계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계인의 전통 무예인 활과 만국 공통 언어인 탈춤, 그리고 지구촌의 보편적 놀이인 연을 한데 묶어 창조적인 축제를 구성할 경우, 세계화 가능성과 그 흥행성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역내 학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의성세계연축제의 초기 창설 때 아이디어를 쏟아 낸 바 있는 권 이사는 올해 예천세계활축제 총감독을 맡았다. 처음 그가 하회탈춤 세계화를 체계적으로 구상한 때는 1997년 국제탈춤페스티벌을 시작하고부터다.
이후 탈춤축제는 문화관광부 평가에서 내리 10년간 1위를 기록하게 된다. 권 이사의 국제 네트워크는 2006년 이마코의 창립에 이어 태국 단사이주, 인도네시아 솔로시, 필리핀 바콜로드, 중국 윈난성과의 문화교류 협약식을 성사시키면서 하회탈춤 세계화의 기초를 다져냈다. 당시만 해도 안동에서의 국제 문화교류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었다.
신도청권의 '활'탈'연' 문화 연대는 3가지 소재로 세계 문예인들을 불러들여 바야흐로 '경북 르네상스'(문예부흥)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고 역설하는 권 이사는 세계화된 하회마을과 하회탈, 그리고 탈춤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한다.
"하회마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선정은 한국 전통마을의 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지만 이마코의 유네스코 인가는 문화단체의 국제 활동을 인정한 것이지요. 이는 정(靜)적인 문화유산의 가치와 동(動)적인 문화인들의 활동을 모두 인정해 준 것으로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신도청권전략기획팀
권동순 기자 pinoky@msnet.co.kr
심용훈 객원기자 goodi6864@naver.com
사진작가 차종학 cym47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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