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甲骨文)에는 끔찍한 습속(習俗)을 보여주는 글자가 많다. 그 중 하나가 미(微)다. '미약하다' '작다' 등의 뜻이지만 원래 의미는 그게 아니었다. 갑골문에 있는 미(微)의 원형은 왼쪽에 노인을 뜻하는 표시와 오른쪽에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있는 모습이 결합되어 있다. 무슨 뜻일까. 갑골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대만 학자 쉬진슝(許進雄)의 해석에 따르면 "몽둥이로 노인을 때려죽인다"는 뜻이다.
이는 당시에 노인 살해가 일상화되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의 하나가 굴원(屈原)의 초사(楚辭) 천문(天問)에 나오는 "어찌 자식이 어미 배를 가르고, 시신을 나누어 여기저기 버렸는가?"(何勤子屠母 而死分竟墜)라는 탄식이다. 여기서 자식은 하(夏)의 2대 임금 하계(夏啓)를 가리킨다. 신화에 따르면 하계는 돌로 변한 어머니의 몸을 가르고 태어났다. 이름이 '열다'라는 뜻의 계(啓)인 까닭이다. 그러나 이는 현군(賢君)으로 추앙받는 하계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불편한' 사실의 신화적 변용일 가능성이 크다.
노인 살해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고대사회에서 일반화된 현상이다. 그 기능은 인구 억제였다. 수렵채집 또는 원시적 농경의 낮은 생산성은 인구 조절을 필요로 했고 기아가 닥치면 첫 번째 조절 대상은 노인과 아이였던 것이다.('버린다'는 뜻의 기(棄)자의 원형은 갓 태어나 아직 피가 묻어 있는 영아를 삼태기에 담아 버리는 모습, 곧 영아 살해를 모사한 것이다)
문제는 노인 살해가 그들의 유용한 경험과 지식의 폐기라는 것이다. 이를 깨닫기 위해서는 식량부족 해소라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했다. 중국에서 농업의 인구 수용 능력이 높아지기 시작한 주(周)대에 이르러 노인이 살해의 위협에서 벗어나 사회적 존경을 받는 위치에 서게 된 이유다.
그러나 먹을 것이 지천인 지금에도 노인은 여전히 '잉여 인간' 취급을 받는다. 지난 2012년 대선 직후 인터넷에 등장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노인 참정권 박탈' 등의 패륜적 구호는 이를 잘 말해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일 주례 미사에서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사회는 타락하게 돼 있다"며 노인을 무시하는 세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교황은 "삶의 경험, 지혜, 강인함 등을 이해하는 노년은 인생에서 가장 우아한 시기"라며 "노년층이 가진 이러한 유산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했다. 가슴 깊이 와 닿는 큰 어른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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