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고교생의 70% 이상은 일반고에 다닌다. 일반고에는 특목고나 자사고에 진학해도 상위권에 들 수 있는 학생에서부터 직업교육을 희망했다가 특성화고에 불합격한 뒤 오히려 일반고로 충원된 학생들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생이 섞여 있다. 학력 수준에서부터 진로 희망까지 각양각색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디에 중점을 두고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할지 가장 고민스러운 곳이 일반고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3년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해 일반고에 교육과정 운영 자율성을 부여하고 다양한 과정 개설에 필요한 운영비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학생의 소질과 적성,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진로 집중 과정 운영, 중점학교 확대 등을 추진하는 한편 진로진학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가 양성, 직업교육을 위한 위탁기관 확대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대구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사업의 큰 특징은 클러스터별 협의체를 구성해 학교별, 클러스터별 특색을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한 데 있다. 개별 학교가 해결하기 힘든 부분을 학교 간 연계 교육과정으로 해결, 서로 장점을 공유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별 욕구를 수용하자는 것이다. 제대로만 된다면 특목고나 자사고, 특성화고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이라도 교육 욕구를 해결할 수 있어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지난 첫해의 결과를 살펴보면 일부 클러스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구시교육청의 의도와 달리 학교 간 협의가 형식적이거나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수준과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선 이 사업이 지역 간, 고교 간 학력 격차를 해소하기는커녕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했다.
그럼에도 시교육청은 올해 지원 예산을 더욱 늘리는 등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승부를 걸고 있다. 이제는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고자 하는 시교육청의 진정성에 학교들이 답해야 할 때다. 학교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없다는 사실부터 먼저 인정해야 한다. 학교별로 문제점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소통하며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학생들의 요구와 수준에 맞는 알찬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학교의 문을 열고 신뢰할 수 있는 외부 기관들과 협력하는 것도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