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한쪽 다리 잃은 김원화 씨

입력 2015-03-04 05:00:00

누워지낸 23년 세월…몸은 굳고 통증은 더 심해져

30년 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김원화(60) 씨. 김 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온몸이 굳어 이제 집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는 상태다. 하지만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병원조차 갈 수 없는 가난의 굴레다.
30년 전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은 김원화(60) 씨. 김 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온몸이 굳어 이제 집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는 상태다. 하지만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병원조차 갈 수 없는 가난의 굴레다.

지난 23년간 집 밖으로 나가본 적이 한 번 밖에 없는 김원화(가명'60) 씨. 젊은 시절 조선소에서 기계장비에 다리가 끼이면서 오른쪽 다리를 잃었고, 왼쪽 다리와 허리까지 굳어져 휠체어에 앉을 수조차 없다. TV 접하는 세상은 한없이 넓지만 그에게는 누워 지내는 작은 방이 세상의 전부다. 오랫동안 누워만 있어 온몸이 굳어가고 통증도 만만치 않지만 김 씨는 오히려 아내를 걱정한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곱디 곱던 사람이 다 상했죠 뭐. 그 사람 없으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데 요즘 들어 많이 우울해하는 걸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가족의 행복을 앗아간 사고

김 씨는 젊은 시절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만나 6, 7년간 연애한 아내와 결혼해 아이 셋을 얻었고 대기업 조선소에서 근무하며 월급도 풍족하게 받았다. 다섯 가족이 지낼 집을 구하기 위해 차곡차곡 돈을 모아갔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줬다.

아파트 한 채를 살 정도로 돈이 모였을 무렵. 가족에게 악몽 같은 일이 벌어졌다. 조선소에서 야간근무를 하던 김 씨가 철판을 다듬는 기계에 다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집 장만할 꿈에 부풀어 있었죠. 그게 벌써 30년 전이에요. 참 행복했었는데…."

김 씨가 사고를 당하면서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에는 어둠이 드리웠다.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은 김 씨는 2년 동안 수술을 4차례나 받았고 골반 골절로 인해 왼쪽 다리도 쓰기가 어려웠다. 다리를 쓸 수 없는 김 씨를 돌보느라 아내는 2년간 병원에만 붙어 있었고, 아이들도 엄마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하나만 바라보고 있던 가족들의 생계는 막막해졌다. 그나마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고, 아내는 그 돈으로 작은 점포가 딸려 있는 단독주택을 샀다. 집안 살림만 하던 아내는 그날부터 '슈퍼 아줌마'가 됐다. "아내는 꽤 잘 사는 집 딸이었어요. 나한테 시집와서 안 해도 될 고생을 한 거죠. 아이들이라도 대신 돌봐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누워서 꼼짝도 할 수 없어서 그냥 스스로를 원망만 하면서 지냈어요."

작은 슈퍼를 운영하면서 소소하게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김 씨는 끊임없는 다리와 허리 통증에 시달렸고, 병원을 가는 일도 점점 잦아졌다. 아내는 김 씨를 데리고 병원에 다니느라 슈퍼에 붙어 있을 날이 없었고, 치료비는 나날이 불어만 갔다. 다섯 가족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단독주택은 결국 가족의 생활비와 김 씨의 치료비로 사라져버렸다. 23년 전 다섯 가족은 작은 방 두 칸이 있는 임대아파트로 이사했다. "지금이야 다들 보험을 들지만 그때는 생각도 못했어요. 보험이 없으니 치료비가 엄청나게 들더군요. 집을 지키기는커녕 빚까지 지면서 결국 지금 살고 있는 방 두 칸짜리 작은 아파트로 왔어요."

◆아내에게 더 큰 짐이 될까 두려운 남편

김 씨는 이사한 날 이후로 집 안에 갇혀버렸다. 남아있던 왼쪽 다리가 굳어 무릎조차 접히지 않았고, 골반과 허리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앉을 수도 없었다. 몸을 뒤집는 것도 김 씨에겐 땀이 흐를 정도로 고된 일이 됐다. 23년간 김 씨는 방에 누운 채로 지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연금으로 다섯 가족이 지내면서 생활은 빠듯하기만 했다. 아이들이 자라서 자립하면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으로 김 씨도 아내도 버텨냈다. 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더 큰 짐을 안겨줬다. 두 아들이 큰 빚을 지면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이다. "못난 아비가 평생 누워서 아이들 자라는 걸 지켜봤는데 뭘 바랐겠어요. 그저 앞가림 잘하고 살길 바랐는데 그것도 큰 꿈이었나 봐요."

설상가상 아내는 자궁에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했다. 암 전 단계에서 발견한 것은 다행이었지만 수술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고 몸이 자주 부으면서 아내는 매일같이 힘들어했다. 하지만 아내는 다시 일터로 나섰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청소일이었다. 한 달에 10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게 되면서 기초생활수급비는 끊겼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벌겠다는 생각으로 아내는 새벽에 눈을 떠 나섰다.

최근 김 씨의 몸은 여기저기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 엎드려서 팔 힘에 의지해 방 안 이곳저곳을 움직이다 보니 팔 관절이 많이 상했다.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자세를 바꾸지 못해 피부 이곳저곳이 벗겨지거나 욕창이 생겼다. 또 일주일에 한두 번 심하게 열이 나면서 정신을 잃은 일도 있다. 상한 몸 때문에 아프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힘든 몸을 이끌고 청소일에 나서는 아내를 보면 아프다는 소리도 할 수 없다.

아내의 적은 월급으로 생활비 충당도 힘든 상황에서 병원비 부담까지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예 병원 갈 생각도 하지 않고 있어요. 다행히 보건소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한 번씩 나와서 건강을 체크해주죠. 꼭 병원에 가라고 당부하지만 엄두가 안나요. 아내에게 더 이상 짐이 돼선 안 되는데…."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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