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 CCTV 31%가 까막눈, 대낮에도 차번호 실별 못해
30일 오전 11시 대구CCTV통합관제센터에서 대구 북구 대현로에 설치된 41만 화소짜리 방범용 폐쇄회로(CC)TV 화면을 5분 정도 살펴봤다. 밝은 대낮임에도 CCTV 화면에서는 바로 앞을 지나는 흰색 승용차의 형태조차 선명하지 않았다. 또 화면 속 운전자의 성별과 연령대를 추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차량 번호판도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보여 차량번호를 알아볼 수 없었다. CCTV에 잡힌 다른 차량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행인들 또한 옷 색깔로만 서로 다른 사람인지를 구분할 정도였다. 더욱이 이 CCTV를 통해 야간에 촬영된 영상은 흑백이라 색상 구별이 불가능했고 차량 전조등 불빛이 비치는 지점은 형상이 뭉개져 보였다.
대구의 방범용 CCTV 10대 가운데 3대는 물체 식별이 어려운 저화질이다. 대구에서도 제2의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 발생하면 CCTV가 가해자를 추적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크림빵 뺑소니'는 10일 오전 1시 30분쯤 충북 청주에서 화물차 기사 일을 하던 29세 남성이 임신 7개월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다 뺑소니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가해자를 찾고자 현장 주변 CCTV 감식에 나섰지만 영상 화질이 나쁜 탓에 차량 번호와 차종을 판독하기 어려웠다. 29일 경찰이 다른 CCTV를 찾아 가까스로 차종을 판독하는 데 성공하면서 가해자가 자수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저화질 CCTV가 '눈뜬장님'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대구 곳곳에 설치된 상당수 CCTV가 저화질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대구 전역에 설치된 CCTV 6천492대 가운데 전체의 31%인 1천10대가 대상을 흐릿하게 촬영하는 41만 화소짜리 제품이다.
방범용 CCTV의 촬영 각도가 제한돼 있는 점도 CCTV 성능이 좋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구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도주 차량의 경로가 현장 CCTV의 촬영 각도에서 벗어나 있을 때는 주변의 다른 CCTV 영상을 살펴보는데 이마저도 저화질 영상이면 판독이 어려워진다"고 했다.
대구에서는 뺑소니 사고의 가해자를 대부분 검거하고 있지만, 신속한 수사와 검거율 제고를 위해서는 고화질 CCTV(200만 화소 이상) 확충이 필요하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2~2014년) 동안 발생한 뺑소니 사고는 2천158건(사망 26명'부상 3천159명)이다. 이 가운데 사망 사고 가해자는 모두 붙잡혔으나 부상 사고 26건(전체 사고 대비 1.2%)의 가해자는 아직 찾지 못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예산 12억원을 들여 방범용 CCTV 가운데 41만 화소 카메라 150대를 200만 화소 카메라로 교체하는 등 2017년까지 모든 방범용 CCTV를 고화질 카메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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