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수 재판 왜 길어졌나? 검사-변호인 공방 워낙 치열
28일 오전 5시 30분 대구지법 11호 법정.
배심원, 피고인, 검사, 변호사, 방청객들이 충혈된 눈으로 재판장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희진 영덕군수에게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습니다."
재판정에 들어선 제11형사부 김성엽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읽자, 대부분 이 군수 지지자와 영덕군 공무원으로 보이는 방청객 150여 명이 환호성을 질렀다. 26일에 이어 27일 오전 9시 30분 속행된 국민참여재판은 하룻밤을 꼬박 새고 28시간 만에 끝났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만 20세 이상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판결에 참여한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2박 3일에 걸쳐 열린 셈이다. 2008년 국내에서 첫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대구지법 법정에서 다음 날 오전 5시가 넘어 선고가 내려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까지 열린 국민참여재판은 대부분 오후 9시쯤 판결선고가 났다. 피고인이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은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뚜렷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다. 쟁점은 '선거운동 당시 이 군수가 선거구 주민에게 100만원을 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결정적 증거는 돈을 받았다는 주민의 진술이었다. 변호인 측은 주민의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데 주력했다. 최종변론을 하는 검사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데다, 1시간가량 이어지자 방청석에서는 "텔레비전에서는 검사들이 말 잘하던데…"라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다. 또 변호인 4명이 번갈아 가면서 최종변론을 하자, 방청객들은 "언제 끝나나"라면서 지루함을 나타냈다.
배심원은 이름 대신 1번, 2번 등 번호로 부른다. 배심원의 신변 보호를 위해서다. 배심원들은 점심은 법원 구내식당에서 먹고, 저녁은 바깥 음식점에서 해결했다. 보안과 신변 보호를 위해 법정보안관리대 직원이 동행했다.
이날 오전 2시 10분쯤 1번, 9번 배심원이 예비 배심원으로 선정됐다. 나머지 배심원 7명이 평의 절차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7번 여성 배심원이 "목이 아파서 말하기도 힘들다"고 호소했다. 법원은 7번 배심원을 귀가 조치하고 1번 예비 배심원을 배심원으로 다시 선정해 오전 3시쯤 다시 평의에 들어갔다. 배심원들의 수당은 하루 12만원. 이번 재판처럼 판결선고가 자정을 넘기면 하루 수당을 더 지급한다. 2박 3일 동안 배심원이 받은 수당은 36만원이다.
대구지법 관계자는 "오후 7시쯤 판결선고가 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변호인과 검사 측의 공방이 워낙 치열해 재판이 길어졌다"고 했다.
영덕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모현철 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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