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소재 빵~재미+감동 빵~
한 편의 예능 프로그램이 장기간 사랑받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비지상파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그럼에도 7, 8년, 또 10년을 훌쩍 넘기며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직 남아있다. 타이틀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예다. 안방극장을 장악하고 있는 '장수 예능'을 살펴봤다.
##16년차! KBS 2TV '개그콘서트' (일요일 오후 9시 15분 방송)
1999년 9월 첫 방송된 후 무려 16년째 주말 저녁을 장식하고 있다. 전유성'김미화 등 베테랑 개그맨들의 주도 아래 신인 개그맨들이 뒤를 받치며 대학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안방극장에 들여놓는 데 성공했다. 추석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기획됐지만 방송 후 호응을 얻어 정규편성됐다. 심현섭'김영철'김준호'김대희'박성호 등이 초기 멤버로 활약하며 주목받았다.
2007년에는 한때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급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에 이르러 박영진'김준현'김원효'박성광'최효종 등 KBS 22기 공채 개그맨들의 투입으로 '신선한 피'가 수혈되면서 또 한 차례 전성기를 되찾았다.
'개그콘서트' 멤버라는 연대감으로 똘똘 뭉친 개그맨들이 자체 검열을 통해 '더 재미있는 코너'를 만들어내는 데 심취하고 있으며, 제작진 역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방송에 나갈 수 있는 코너'를 골라내고 있다. 최근 들어 인기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여전히 개그맨들 사이에서는 '꼭 거쳐 가야 할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아직까지 일요일 밤 시간대에 '개그콘서트'를 이길 만한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고 있다.
##14년차! KBS 2TV '해피투게더'(목요일 오후 11시 10분 방송)
2001년 11월 8일 첫 전파를 탄 후 14년째 사랑받고 있는 KBS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다.
초창기 인기를 견인했던 코너는 '쟁반 노래방'. MC와 게스트들에게 한 차례 동요를 들려주고 파트별로 가사를 외워 부르도록 했다. 총 10회의 기회 안에 성공시키면 제작진이 장학금을 기부하고 그렇지 못하면 MC와 게스트가 장학금을 기부하는 형태. 주어진 기회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또 가사를 틀렸을 때 머리 위로 떨어지는 쟁반의 굉음이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시즌1은 신동엽이 단독 MC를 맡다가 이후 이효리와 함께 '투톱' 체제로 진행됐다.
시즌2는 '해피투게더-프렌즈'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스타가 학창시절 친구를 찾아내는 과정을 보여주며 향수를 자극해 또 한 차례 인기몰이를 했다.유재석이 탁재훈-유진과 함께 MC를 맡았으며 2005년 5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방송됐다.
2007년부터 시작된 '해피투게더3'는 상승세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유재석이 박명수-신봉선 등과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학교 가자' '방과후 옥상' 등의 코너를 내놨다가 지지부진한 반응이 나오자 실제 사우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토크쇼를 진행하는 등 색다른 콘셉트로 반전을 꾀했다. 현재까지 사우나 세트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는 형식을 유지하며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10년차! MBC '무한도전'(토요일 오후 6시 25분 방송)
2005년 4월 '무모한 도전'이란 타이틀로 시작해 올해로 10년 차가 됐다. 현존하는 어떤 예능 프로그램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폭넓고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2012년 MBC의 파업으로 결방 사태가 이어질 때도 '무한도전'을 보고 싶다는 시청자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김태호 PD 역시 종합편성채널 등 타 방송사의 달콤한 스카우트 제의에도 "'무한도전'은 지켜야 한다"며 MBC에 남았다. 팬들의 충성도가 워낙 높고 프로그램의 파급력도 강해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
유재석을 비롯해 정형돈'박명수'하하'정준하 등 멤버들 역시 '무한도전'을 기반으로 성장해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갔다. 매회 종잡을 수 없는 기발한 아이템, 감동까지 자아내는 장기 프로젝트 등으로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도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은 특집 '토토가'로 '1990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방송사에 남을 만한 화려한 이력의 프로그램이지만 초반부터 주목받진 못했다. '무모한 도전'으로 전파를 타던 초기에는 4%대를 넘나드는 저조한 시청률로 매번 위기론에 휩싸였다. 목욕탕 물 빨리 퍼내기, 기차보다 빨리 달리기 등 기상천외한 미션으로 신선함을 줬지만 일부 팬층에게만 인정받을 뿐이었다. 현재의 '무한도전'포맷과 멤버, 또 방식이 정착된 건 2006년에 들어서면서부터다.
##8년차!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일요일 오후 4시50분 방송)
2007년 8월 강호동'이수근'은지원'MC몽'이승기'김C'김종민으로 멤버를 구성해 시즌1을 시작했으며 당시 4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예능 프로그램으로선 이례적인 기록으로 '국민 예능'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멤버들이 전국 각지를 돌며 그 지역의 특산물과 볼거리를 소개하고 또 시민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재미를 끌어냈다. '복불복 게임'을 통해 야외취침 벌칙을 시도해 이후 '야생 버라이어티'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2는 원년 멤버 이수근'김종민에 차태현'성시경 등 '신입 멤버'를 추가해 '국민 예능'의 명맥을 이으려 했지만 연이은 혹평 속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때문에 시즌3로 전환한다는 말이 방송계에 돌았을 때도 '이젠 KBS도 '1박 2일'을 포기할 때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다행히도 시즌3는 반전을 보여줬다. 시즌1에서 조연출로 활동했던 젊은 PD 유호진을 메인 연출자로 내세웠고, 김주혁'김준호'차태현'데프콘'김종민'정준영 등 멤버들을 조화롭게 구성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시즌1부터 이어온 '1박 2일'의 기본 포맷을 따라가면서도 금연 특집, 전원일기 특집, 수학여행 특집 등 참신한 기획으로 시청자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8년차!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토요일 오후 6시 25분 방송)
2007년 1월에 첫 방송된 후 만 8년을 넘겼다. 이달 19일 400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타킹'의 롱런을 자축하기도 했다.
당시 이창태 SBS 예능국장은 "존폐위기에 놓인 적도 많지만 이 프로그램을 버릴 수 없어 지금까지 끌고 왔다"면서 "시청자뿐 아니라 출연자들에게도 유익한 프로그램이며 공익적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프로그램이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MC 강호동도 "이웃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이자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주는 프로그램이다. 출연하는 모든 분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 점이 '스타킹'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스타킹'은 각 분야의 신동, 또 장애를 극복하고 한 분야에서 개가를 올린 인물, 또 해외 유명 스타까지 다양한 이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자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그리고 강호동의 잠정은퇴 등으로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폭넓은 연령대의 고정시청자들을 감싸 안으며 묵묵히 '갈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때 2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 '무한도전'을 압도하기도 했던 프로그램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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