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고 성격 좋고 머리 좋아 허! 3관왕이네~
한 해에 평균 두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그것도 모자라 연출까지…. 그나마 시간이 생기면 그림을 그려 개인전도 연다. 이 정도면 '두 개의 심장'이 따로 없다. '충무로의 하이브리드' 하정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15년이 되자마자 신작 '허삼관'(14일 개봉)을 내놓고 관객 앞에 섰다. 주연뿐 아니라 직접 연출까지 맡았다. '롤러코스터' 이후 두 번째 장편 연출, 본격 상업영화로선 감독 데뷔작이나 다름없다. 평단과 대중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출중한 연기력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고, 연출력 역시 수준급이라 놀랍다는 반응이다. 추진력뿐 아니라 재능도 뛰어난 인물. 단순히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하나의 수식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수년간 쉬는 시간도 없이 영화 작업, 쉴 때도 영화 생각뿐
하정우라는 배우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용서받지 못한 자'(2005)를 통해서다. '군도:민란의 시대'(14)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11)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중앙대학교 영화과 졸업작품으로 내놨던 작품이다. 하정우는 같은 대학교 동문 윤종빈 감독과 파트너십을 자랑하며 주연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하정우에 대한 인상은 강렬했다. '꽃미남'이라 부를 만한 외모는 아니지만 남녀 누구나 호감이 갈 만한 얼굴, 자연스러운 제스처와 표정, 목소리 역시 적당히 굵고 나른한 기운까지 갖춘 매력적인 톤이었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이 범하기 쉬운 실수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앞으로도 잘 풀릴 것'이란 예상은 적중했다. 하정우는 그 뒤로 영화 '잠복근무'(05),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05) 등 히트작에 조연으로 등장해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또한, 김기덕 감독의 '시간'(06) '숨'(07),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08),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08) 등 비상업 영화와 드라마 '히트' 등 상업성이 강한 작품을 병행하며 숨 가쁘게 활동했다.
하정우의 '쉼표 없는' 활동이 본격화됐던 게 이 무렵이다. 그 사이에 미국으로 날아가 베라 파미가와 멜로영화 '두번째 사랑'(07)을, 국내에도 꽤 인지도가 높은 일본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함께 '보트'(09)를 찍는 등 국제 프로젝트까지 소화했다. 흥행성적이 항상 뒷받침해줬던 건 아니지만 배우 하정우의 능력을 보여주고 주목도를 높이는 데에는 적절한 활동이었다. 여기에 '추격자'(08)와 '국가대표'(09) 등 화제작들이 추가되면서 흥행파워까지 갖춘 충무로의 대표배우로 떠올랐다.
촬영에만 1년이 걸린 '황해'(10) 이후, 하정우의 본격적인 '다작 활동'이 시작됐다. 2011년엔 '의뢰인' '범죄와의 전쟁' '러브픽션' 등 주연작만 세 편을, 이듬해에도 '베를린' '577 프로젝트'를 내놨다. 2013년에도 '더 테러 라이브'와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를 극장에 걸었다. 한 해에 두세 편의 신작을 내놨다는 건 수년간 아예 쉬는 시간을 가지지 않은 채 영화 작업에만 매달렸다는 말과 같다.
그나마 '베를린'을 마치고 오랜만에 몇 개월간 쉬는 시간을 가졌을 때도 '직접 연출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또 다른 구상을 하고 있었던 사람이 하정우다. 실제로 하정우는 이 기간에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를 기획해 촬영을 마쳤고, 곧장 '더 테러 라이브'의 촬영준비에 돌입했다. '몇 달간의 쉬는 시간'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이 기간이 '쉬는' 시간은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허삼관'을 완성하자마자 최동훈 감독과 함께 '암살'의 촬영준비에 돌입했다. '허삼관'을 극장에 내건 후 하정우는 바쁜 스케줄을 쪼개 자신의 두 번째 연출작 홍보에 나서는가 하면 한창 바쁘게 촬영이 진행 중인 '암살'의 현장을 오가고 있다.
앞서 '더 테러 라이브'가 공개됐을 즈음 하정우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 영화 촬영이 일주일 내내 365일 돌아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촬영 안 할 때 쉬면 되죠. 그리고 영화 만드는 게 제일 재미있거든요. 질리지도 않고. 저한테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죠."
◆완급 조절 능력 탁월, 카메라 돌아가면 집중력 급상승
하정우와 함께 작업을 해본 이들은 그 특유의 완급 조절 능력에 감탄한다. 힘을 써야 할 때와 그렇지 않아도 될 때를 정확히 구분해 영리하게 일한다는 설명이다. 하나의 캐릭터를 만나면 모든 촬영이 종료되는 순간까지 거기에 빠져든 채 살아가는 배우가 있는 반면, 하정우는 필요할 때에만 적절히 감정을 쏟아부으며 체력 안배를 하는 스타일이다. 왕성한 개그 욕심을 드러내며 스태프 및 출연자들과 웃고 떠들다가 감독의 '레디' 사인이 떨어지면 눈빛이 바뀌어버리는 배우다. 이 때문에 몇몇 감독과 배우들은 "얄미울 정도"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카메라에 잡히는지 명확하게 알아채고 딱 써야 할 만큼만 감정과 체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힘'을 비축해둔 덕분에 한 작품을 마치자마자 바로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게 가능한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하정우를 '노력 없이 타고난 재능과 머리로만 승부하는 배우'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 이미지 관리에만 치중하면서 '잘될 만한 작품' 고르기에 열을 올리는 스타들이 즐비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하정우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에 갈증을 느끼고 또 '물'을 찾아다니는 이는 드물다. 놀라운 추진력과 열정을 가진 배우에게 '타고난 재능만으로'나 '노력 없이'라는 말을 쓰는 건 실례다.
게다가 하정우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유형도 아니다. 영민하게 일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감정노동을 하는 배우라 정신적인 소모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나 끊임없이 캐릭터를 바꿔가며 작업한 만큼 그 소모량의 수준도 상당할 터. 따지고 보면 평소 쉴 새 없이 주변 사람들을 웃겨주려 유머를 구사하는 모습이나 촬영장에서 즐겁게 지내려 애쓰는 것도 감정을 컨트롤하며 생명력 긴 영화인이 되기 위한 철저한 노력의 일부다.
항상 즐겁게 지내려 애쓰는 건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정우의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연출작 '롤러코스터'를 찍을 때에도 거의 모든 스태프와 출연진이 지인들로 구성됐다. 직접 지인들을 찾아가 "함께 하자"고 부탁했고 지인들은 흔쾌히 하정우를 믿고 따랐다. '허삼관'의 캐스팅이 진행 중일 당시 하지원도 출연 제의를 거절하기 위해 하정우를 만나러 나갔다가 그 자리에서 마음을 바꿨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하정우의 매력과 능력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도 하정우는 장난스러운 유머를 구사하면서 툭툭 내뱉듯 솔직한 화법을 구사한다. 건들거리면서 천연덕스럽게 엉뚱한 소리를 하는 하정우를 보고 있으면 '참 웃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정우 스스로도 "연기 욕심만큼이나 웃기고 싶은 욕심이 강하다"라고 자주 말한다. 으레 '좋은 성격'의 소유자로 보이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의 '방송용 멘트' 정도로 들리겠지만, 하정우는 아니다. 그는 분명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배우'다. 능력과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 성취와 좌절 사이에서 고민하며 그 사이에 '웃기는 사람'으로 즐거운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이 '웃기는 사람', 참 중독성도 강하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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