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 칼럼] 대구의 물길 땅길 하늘길

입력 2015-01-19 08:00:00

물길, 3무無 금호강 살아나고, 땅길, 도시철 3호선 역발상 가능

하늘길, 대구 희생에 응답해야

대구가 달라지고 있다. 대구의 대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물길'땅길이 달라지고 있다. 대구가 살아나는 희망의 첫 현장은 '죽음'을 딛고 되살아난 금호강 물길이다. 한때 금호강은 '3무(無)의 강'이었다. 물이 없고, 고기가 없고, 사람이 찾지 않았다. 금호강을 죽게 만든 주범은 독한 염색물을 토해낸 비산염색공단과 지금은 없어진 시지의 동양염공, 검은 탄가루를 쏟아낸 반야월 연료단지 등이다. 다른 의미에서 금호강을 죽인 공범은 포항제철이다. 포항제철은 제철보국의 신화를 썼지만 대구의 젖줄인 금호강의 숨통을 조였다.

고속도로와 함께 경제개발의 밑거름이 된 포항제철이 자동차를 만들고 공장 지을 철을 생산하는데 엄청난 물이 필요했다. 자본'기술'철 어느 것 하나도 갖지 못한 채 영일만에서 제철소 건립신화를 쓴 포항제철이 생산한 시뻘건 철을 식힐 물을 달라는데 어찌 외면할 수 있나. 1980년 영천댐을 완공하고, 금호강으로 흘러오던 물을 안계댐으로 보내어 포항제철에서 썼다.

포항제철로 물을 줘버린 금호강 하류 강창교는 한때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가 114┸까지 올라갔다. 폐수보다 더 썩었다. 금호강물을 내어주고도 대구사람들은 잘 참았다. 불평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수질을 개선했다. 35년 만에 금호강이 살아났다. 환경부가 전국 574개 하천 가운데 오염이 가장 심한 20곳의 수질조사를 했는데 금호강 강창교 수질 개선율이 전국 최고(98.1%)였다.

역시 산업화 몸살을 앓은 영국 템스강에 연어가 되돌아오는 데 141년 걸렸는데, 대구는 불과 35년 만에 금호강을 녹색강으로 되살렸다. 물을 가져가면 안 된다는 지역이기보다 나라발전을 택한 대구정신의 쾌거이다. 대구는 금호강을 살리느라 약 4조2천억원을 들이부었다. 여력이 달려 본격적인 발전을 하지 못하는 지체 현상도 겪었다. 하지만 대구의 희생이 있었기에 낙동강 하류 부산'경남도 맑은 물을 마시게 됐다.

대구의 두 번째 희망은 봄날 개통될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다. 도시철도 3호선은 쾌적한 운송수단일 뿐 아니라 대구를 특화시킬 잠재력을 지닌 땅길 같은 공중길이다. 범물에서 칠곡을 47분에 달리는 도시철도 3호선의 최고 높이는 17m이다. 대구 도심을 가르고 스카이라인을 가리며, 위험 시 대피방안의 문제점도 안고 있다. 걱정된다. 하지만 역발상으로보면 도시철도 3호선은 대단한 기회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건물 4, 5층 높이의 도시철도 3호선에 앉아 낮에도 수달이 노니는 신천, 대구의 시원(始原)을 간직한 달성토성과 관풍루,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범어천 등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 도심관광 수단으로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북구 팔거천은 아직 더 정비돼야 한다. 경북대 이정호 교수의 주장대로 도시철도 3호선 아래로 자전거길이나 보행로와 같은 공중산책로를 만든다면 뉴욕의 하이라인파크같은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땅값 보상비도 들지 않으니 추진하기도 어렵지 않다.

뉴욕은 1980년에 운행이 중단된 도심의 흉물 고가철도를 하이라인파크로 되살려냈다. 2006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죽은 고가철로에 꽃과 나무를 심고 벤치를 앉혀 하늘공원을 조성했다. 인근 부동산 가격이 뛰고 젊은 층이 선호하면서 뉴욕의 명소가 됐다. 지난 1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철거하려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뉴욕의 하이라인파크처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늘길이다. 19일 남부권 신공항 관련 5개 시도 단체장들이 회동한다. 남부권 신공항은 대구시민이 원하는 대로 입지가 선정되어야 한다. 대구는 나라의 필요에 부응하느라 큰 희생을 감내했다. 그런 지역의 희생정신을 중앙정부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대구도 독자적인 하늘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진정 지자체의 각자도생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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