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포스텍에 '후진국형' 불…경보기도 작동 않아

입력 2015-01-19 07:09:25

한달만에 재발

16일 포스텍 화학연구실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포항남부소방서 직원들이 원인 분석을 위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16일 포스텍 화학연구실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 포항남부소방서 직원들이 원인 분석을 위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포스텍 나노재료 화학연구실에서 16일 오후 9시 40분쯤 화학시료 보관용 냉장고 과열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지나가던 대학원생이 일찍 신고한 덕분에 불은 쉽게 진화됐지만, 건물 내부 화재경보기는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차가 도착할 때까지 학생들은 화재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건물 안에 머물러 자칫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포스텍은 지난달 19일 기계공학과 실험실에서도 실험 도중 화재가 발생, 집기 등을 태우는 사고가 났고, 지난 2012년 화공실험실에서 합선으로 인해 건물 절반가량을 못 쓰게 될 정도의 대형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당시 대학원 연구실적도 상당 부분 불에 타버렸다.

포스텍 측은 사고가 날 때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전점검을 하겠다"고만 발표할 뿐 별다른 후속조치는 미흡하다. 한 소방 관계자는 "대학이 안전 관련 법을 어겨도 처벌수위가 아주 낮아 위험한 물질을 자주 취급하면서도 안전에 대해 소홀한 것 같다"며 "어느 실험실에 어떤 위험물질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포스텍 화재라면 겁부터 난다"고 했다.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학의 실험'연구실에서 중대사고 발생 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보고(1명 이상 사망 또는 5명 이상 부상)하고, 위반 시에는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포스텍 역시 2012년 화재 당시 위험물질을 지정 수량보다 더 많이 보관해 대형사고 위험을 키웠음에도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포스텍 학생들은 "자체 안전관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대형사고를 터질 수 있다"며 "화학약품을 보관하는 실험실마다 소화장치는 있지만, 이를 알리는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조기에 화재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자칫 인명피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했다.

사고에 대처할 시설도 없다. 화학물질이 몸에 닿을 경우 씻어낼 샤워 시설, 가스 유출사고 시 착용하는 방독면 등은 제구실을 못한다. 방독면은 비치돼 있지만 활용교육이 안되다 보니, 지난 2012년 화재 때도 학생들이 유독가스를 그대로 들이켜 줄줄이 병원으로 향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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