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저는 재혼이지만 초혼인 남편과 결혼 후 15, 16년간 그의 폭력을 견디며 오직 자식만 보고 살아왔습니다. 첫 결혼에 실패하고 재혼했는데 이 남편마저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네요. 걸핏하면 밥상을 엎고 가재도구를 부숴요. 이런 남편이 싫지만 자녀를 위해 돈이 필요하기에 당장 이혼도 할 수 없고, 더구나 거듭 이혼이란 딱지를 다는 건 더더욱 싫습니다.
남편은 가족 중 막내로 자랐지만, 그의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무능해 가정을 책임지지 못해서 그런지 일찍 경제적으로 자립했습니다. 지갑에 곰팡이 슬까 겁이 날 정도로 돈을 쓰지 않으며, 제가 돈 쓰는 것도 참지 못하는 타입이에요. 아이들에게 한창 돈이 들어갈 시기인데 무조건 못쓰게 하니 싸울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남편이 일 하나는 성실하게 하지만 돈은 무조건 못 쓰게 해요. 아이들 학원도 보낼 필요 없고 가계부를 쓰라는 등의 잔소리를 들으면 저도 모르게 폭발해 소리치고, 이에 질세라 남편은 더 크게 화내며 폭언과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리고 툭하면 이혼하자고 합니다. 저는 이혼만은 할 수 없어요! 어떻게 하면 남편의 이런 성격 바꿀 수 있을까요?
◇해법=요즘 시대에 남녀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부부로 일생을 함께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상담을 요청한 분 역시 결혼해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꿈을 갖고 시작했으나, 첫 결혼에서 술을 마시고 폭력을 일삼는 남편으로부터의 고통을 겪다 못해 이혼이란 상처를 안게 됐네요.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또다시 재혼했으나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 괴로움을 호소하고 계시군요!
여기서 잠깐, 가슴에 손을 얹고 깊이 호흡하며 대처 방안을 생각해 봅시다. 첫째, 남편의 폭력적인 행동을 묵인하고 수용하는 건 절대로 안 됩니다. 단호하고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으면 귀하에게도 불행한 일이 되지만 남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소중한 자녀에게는 치명적인 피해를 주게 됩니다. 이혼이란 상처 때문에 또 다른 이혼은 절대 안 된다는 귀하의 입장은 가슴 아프지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을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남편과 다른 나의 내면을 먼저 들여다본 후 나는 옳고 남편은 글렀다는 부분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해야 한다는 귀하의 소비 성향과 이전 결혼에서 겪은 전남편의 술과 폭력에 대한 혐오감, 재혼한 남편에 대한 일방적 기대나 자녀에 대한 과보호적 사랑 등을 생각해 보자는 겁니다. 나의 이런 모습이 남편과 불협화음을 더 키울 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온전히 남편 처지에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이혼하고 싶지 않은 나의 바람을 이루려고 남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자는 뜻입니다. 남편은 여러 형제 중 막내로 자랐고, 그의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무능해 가정을 책임지지 못했을 뿐더러 일찍 세상을 떠나 남편은 일찍부터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생존투쟁을 해왔습니다. 아버지 같은 무능한 사람이 되지 않고, 내 가정은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또 귀하의 자녀 양육 태도와 교육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귀하가 눈물로 호소했듯이 당신은 현재 남편에 대한 관심보다는 전남편에게 두고 온 자식에 대한 죄책감과 못다 한 사랑을 지금 이 아이들에게 과도하게 일방적으로 쏟아붓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남편은 아내의 마음속에 자신의 존재가 없다는 생각에 늘 서운함을 가진 채 조금만 여의치 않으면 사소한 일에서도 감정이 폭발하는 것입니다.
귀하는 먼저, 남편을 심리상담전문가에게 안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장점을 발견하는 안목을 키워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서서히 돈에 집착하는 자기 행동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면서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귀하의 능력입니다. 결국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편 스스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아내의 말이 가슴으로 와 닿을 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지고 행복한 가정이 탄생할 것입니다.
본 사례는 아내가 아이들 양육과 교육에 집착하며 남편을 그저 돈 버는 기계로 생각하면서 발단된 문제였다. 대처 방안으로 우선 아내의 욕구와 과거의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했고, 자녀에 대한 사랑도 자녀가 진정 원하는 사랑이 맞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엄마의 일방적이고 과분한 사랑이 오히려 집착이 돼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자기반성을 하도록 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편의 폭력에 대한 아내의 태도가 가족 모두를 불행에 빠뜨린다는 것을 경고했다. 가정을 유지하려는 아내의 강점을 발굴해 그런 장점을 지지해 준 뒤 남편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가지도록 했고 두 사람의 관계개선을 도왔다. 동시에 부부의 현재 모습은 각자 다른 성장 환경을 토대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평생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시켰다.
◆부부문제, 여성 문제, 가정 폭력 고민을 상담하게 될 박경규 씨는 현재 사단법인 영남가정폭력상담소장으로 대구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협의이혼 상담위원이기도 합니다. 대구가톨릭대 가정관리학과에서 12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박 씨가 가정 문제와 가정 폭력으로 고민하는 독자 여러분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것입니다.
박경규(사단법인 영남가정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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