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직이 우리나라처럼 특별한 곳도 드물 것이다. 한국의 검찰은 사실상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최고의 사정기관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검찰 간부의 항명 사태는 그래서 세간의 주목을 끌며 국기문란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대구경북 출신 전직 검사장의 항명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대구와 인연이 있는 검찰 출신 간부가 항명 파동에 휩쓸린 '검란'(檢亂)은 이번뿐이 아니다.
1999년 당시 심재륜 대구고검장은 '대전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 떡값과 향응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퇴를 종용받자, 반기를 들었다. 검찰 수뇌부를 '정치 권력에 영합하는 집단'이라 비난하며 동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세간에서는 이를 검찰 사상 초유의 고검장 항명 파동이라고 주목했다.
경북고 출신으로 대구지검장을 지낸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재작년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여주지청장과 '수사 외압' 문제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 사건과 관련 비록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휘하 지청장의 항명에 따른 조직 내 리더십의 상처를 입고 검찰을 떠났다.
역시 경북고 출신인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 소집된 국회 운영위의 출석을 거부하며 사의를 표명한 것이 항명사태로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그것도 대구지검장과 고검장을 역임하고 검찰총장을 지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니 검란에 다름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명에 대한 평가와 대가는 냉혹하다.
다만 후세의 역사가 정당성을 부여하는 경우 또한 없지 않았다. 금나라의 침입을 받은 중국 남송의 명장 악비(岳飛)의 항명이 그랬고,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을 승리로 이끌었던 이순신 장군의 항명이 그랬다. 그래서 중국 춘추전국시대 병법가 손자는 일찌감치 "명령에도 따르지 말아야 하는 명령이 있다"고 항명에 대한 정당성의 여지를 남겼던가.
영화 '명량'에서 관객을 사로잡은 이순신 장군의 사자후 또한 그 연장선에 있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청와대의 기강 확립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상처를 입힌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이 정녕 개인과 조직의 명예를 위한 것이었는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심사숙고의 결과였는지도 역사의 준엄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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