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이상형은 엄친아다. '엄마 친구 아들'이라는 뜻으로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가장 강력한 적수이자, 한편으로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신기루와 비슷하다.
엄친아는 완벽한 아이의 전형이다. 인물과 성품이 좋고, 운동도 잘한다. 악기도 능숙하고, 할 일은 시키지 않아도 언제나 척척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부일 텐데, 당연히 최고다. 엄친아에 대한 칭찬의 끝은 대개 '그렇게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공부라도 열심히 해라'로 맺는다.
남편의 처지에서는 아친아(아내 친구 아들)일 터인데, 도무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아이가 분명한데도 강력한 실재(實在) 주장에는 이길 수가 없다. 이럴 때는 슬그머니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다. 아이가 안쓰럽다고 괜히 편을 들라치면 '그 집 아빠는 돈도 굉장히 잘 번다'는 KO 펀치가 날아오기 십상이다.
엄친아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끔 여러 통로를 통해 아이 잘 키웠다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부모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이가 스스로 알아서 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한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그나마 공통적인 답변이 있다면 칭찬이었다. 여러 상황에서 칭찬하고, 앞으로 계속 잘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 주었다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옛말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에 대한 칭찬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독이 되는 것도 없지 않아서다.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심리학과 드웩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칭찬의 방법은 매우 중요하다. 초등학교 5학년생에게 쉬운 문제를 풀게 한 뒤 딱 반으로 갈라 한쪽은 '너 참 똑똑하구나', 다른 쪽은 '참 애썼구나'라고 다르게 칭찬했다. 두 번째 시험에서는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을 따로 만들어 직접 선택하게 했더니 똑똑하다고 칭찬받는 학생은 쉬운 것, 애썼다고 칭찬받은 학생은 90%가 어려운 시험을 골랐다고 한다.
이어 어려운 시험을 같이 치르게 했더니 전자는 낙담과 실망을 했고, 후자는 끝까지 풀려고 노력하는 성향을 보였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처음과 비슷한 난이도의 시험을 치렀더니 지능을 칭찬받은 학생 군은 성적이 20%나 떨어지고, 노력을 칭찬받은 학생 군은 30%나 올랐다. 별 뜻 없이 선택한 칭찬의 말이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를 낳은 셈이다. 엄친아 부모야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엄친아를 만들고 싶은 부모는 귀 기울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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