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취약 샌드위치 패널‥市, 건물 수 파악조차 못해

입력 2015-01-12 06:42:47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노원동 한 비닐가공공장. 전날 밤 난 불로 공장 대부분이 훼손됐다. 소방대원이 신고 즉시 출동했지만 샌드위치 패널의 철강판 탓에 불길이 한참 꺼지지 않아 피해가 컸다. 홍준헌 기자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노원동 한 비닐가공공장. 전날 밤 난 불로 공장 대부분이 훼손됐다. 소방대원이 신고 즉시 출동했지만 샌드위치 패널의 철강판 탓에 불길이 한참 꺼지지 않아 피해가 컸다. 홍준헌 기자

지난달 18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노원동의 한 비닐가공공장. 샌드위치 패널(이하 패널)을 조립해 만든 이곳 2층 건물은 전날 오후 10시쯤 발생한 화재로 곳곳이 새카맣게 그을려 있었다. 외벽 절반이 구부러지거나 떨어져 나가 건물 뼈대와 건너편 하늘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소방 관계자는 "공장 한쪽 기계에서 난 불이 벽쪽 패널 속 스티로폼을 태우며 순식간에 번졌다. 한참 물을 뿌려도 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패널이 화재에 약해 건축물 자재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이를 막을 규정이 없어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패널은 스티로폼 등 단열재의 양면에 철강판을 부착한 것으로 단열 성능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데다, 조립식으로 건축 공사기간이 짧아 주로 공장이나 창고시설에 쓰인다.

하지만 현장에 쓰이는 대부분의 패널은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대다수의 패널 단열재가 불에 약한 스티로폼이나 폴리우레탄이기 때문. 열에 강한 유리섬유 소재 패널은 전체의 10%에 그친다. 최우동 대구소방안전본부 조사훈련담당은 "충전재 양쪽을 감싼 철강판이 소화용 물을 막는 탓에 불을 끄기가 쉽지 않다"며 "충전재가 탈 때 시안화수소 등 독가스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충전재가 모두 타면 외부 철강판이 무게를 못 이기고 휘어져 2차 사고 위험도 크다"고 설명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대구의 패널 건물에서 화재가 30건(공장 12, 주거시설 7, 서비스 3, 기타건축물 5, 음식점 3) 발생해 2명이 다쳤다. 지난달 4일 오후 11시 40분쯤엔 달성군 가창면 한 주택에서 난 불을 소방대원이 미처 끄지 못해 78세 주민이 숨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패널 건물은 꾸준히 지어지는 실정이다. 지난해 북구 노원동 일대에 세워진 공장 40곳 가운데 29곳이 패널 건물이다. 공장 건물주 김모(55) 씨는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시공비가 21억원이나 든다고 해 7억원을 들여 패널 건물을 지었다"며 "불법도 아니고 돈을 아끼자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화재 위험성이 큰 패널 건물 수를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벽과 천장에 쓰인 마감재가 무엇인지는 건축물 대장에 등록되지 않다 보니 이를 파악하려면 건축 허가 도면을 일일이 찾아봐야 한다는 것. 한 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마감재 선택은 건물주 자유이다 보니 건물주가 중도에 마감재를 패널로 바꿔도 구청에서는 알 길이 없다"고 했다.

대구시는 건축허가를 내주기 전 내화 등급을 사전 검토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건축과 관계자는 "규모가 크고 화재에 취약한 건물일수록 유리섬유 패널 등 내화성이 우수한 소재를 써야만 허가해주는 만큼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패널이 다른 건축재와 달리 화재 진화가 어려운 만큼 모든 건축물에 대해 패널 사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건물주의 비용 부담과 관련 업계의 제품 수요 탓에 규정 강화가 수년째 늦춰지고 있다. 안전이 돈보다 우선인 만큼 건물에는 열에 강한 패널만 쓰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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