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판매 압박 '의류甲'…수수료 한시적 지급 '증권甲'

입력 2015-01-09 07:26:35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직영매장을 통해 공격적으로 할인판매를 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맹 대리점들의 설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노스페이스 매장.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직영매장을 통해 공격적으로 할인판매를 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맹 대리점들의 설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 대구시내 한 노스페이스 매장.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증권사의 위탁 계약서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증권사의 위탁 계약서

◇노스페이스, 직영매장·가맹점 도 넘는 차별

직영매장 할인율 따라가려 제 살 깎기 영업

세일할수록 큰 손해…가맹점 폐업 잇따라

대기업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甲)의 횡포'가 사회 문제화하고 있는 가운데 의류업계에서도 갑의 횡포 논란이 일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직영매장을 통해 공격적으로 할인판매를 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가맹 대리점들의 설 자리를 잃게 하고 있다.

제값을 주고 의류를 공급받은 노스페이스 가맹 대리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직영매장 할인율에 맞출 수밖에 없어 아예 폐업을 하는 대리점이 속출하고 있다.

가맹 대리점 점주들은 "본사가 대리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직영매장을 통해 일방적으로 할인 판매에 나서는 등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곳 가맹 대리점 점주들에 따르면 노스페이스는 백화점 등은 직영매장으로 운영하고, 그 외 로드숍은 사입매장(가맹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영매장은 본사에서 중간관리자를 채용해 운영하고, 사입매장은 가맹 점주들이 본사로부터 의류를 제공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형태이며 못 팔더라도 본사에 반품할 수 없다. 사입매장은 통상 소비자 가격의 60% 선에서 의류를 제공받는다.

문제는 노스페이스 본사가 직영매장을 통해 일방적으로 할인가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가맹점들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점주들은 "직영매장을 통해 지난해 10월 신상품을 20% 할인 판매했고, 새해 들어 전 상품을 30~40% 할인 판매한다"고 했다.

하지만 가맹 대리점 점주들은 소비자 가격의 60% 선에 의류를 공급받아 직영매장 수준의 할인을 하면 남는 것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한 가맹 대리점 점주는 "정가로 판매하면 40%의 마진이 남지만 임대료, 인건비, 관리비, 신용카드 수수료 등을 제하면 순이익이 10% 정도다. 본사가 직영점을 통해 과도한 할인판매를 하는 탓에 직영매장과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로, 옷을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사가 할인을 하면 그 수준에 맞춰 의류를 싸게 공급해 가맹 대리점의 이익을 보장해 줘야 한다"며 "본사가 우월적 힘을 내세워 가맹 대리점 점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실제 본사가 가맹점의 처지를 무시하고 직영매장을 통해 할인판매를 하면서 포항, 경주, 부산 등지에는 폐업하는 대리점이 속출하고 있다. 전국에 노스페이스 직영매장은 148개, 가맹 대리점은 157개이며 대구경북은 직영매장 11개, 대리점 13개가 있다.

최근 폐업한 한 가맹 대리점 점주는 "노스페이스 본사의 횡포가 상상을 초월한다"며 "계약서에 40%의 마진을 준다고 해놓고 물건을 공급한 뒤 40% 수준의 할인 판매를 하라고 하면 남는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0년 전에 시작할 때 권리금 5억원, 인테리어 비용 2억원 등을 투자했지만 지금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재작년부터 횡포가 시작되더니 지난해는 더 심해지더라"고 했다.

이와 관련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과다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업계 매출 1위를 유지하려는 노스페이스가 매출 신장을 명목으로 가맹 대리점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스페이스 본사는 기자가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 답변하겠다"는 언급 외에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창환 기자 lc156@msnet.co.kr

◇한화증권, 투자권유인에 3년가지만 수수료 지급

'펀드 종료 때까지 수수료' 업계 관행 무시

정규직원 실적도 축소 '불리한 계약' 강요

새해 벽두부터 지역 증권업계에서도 '갑의 횡포'가 논란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투자권유 대행인이나 직원 등과 연간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불리한 수수료나 인센티브 지급을 강요하는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투자권유 대행인(FA)들을 상대로 올해 내놓은 위탁계약서에는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FA는 증권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고객을 유치해 증권사에 연결해 주는 사람이다.

유치한 고객이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을 매매할 때 증권사가 얻는 수수료의 일부를 받아간다. 타 증권사들은 펀드투자 권유 대행인에 펀드 가입 후 종료 때까지 수수료의 60~70%를 지급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3년까지만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것.

이 회사는 지난해에 투자권유대행인 계약 해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투자권유대행인들에게 10월 말까지 예탁자산 잔고 4억원이 되지 않으면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당초 한화증권은 잔고 1천만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FA들은 부당한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역에서 10년째 FA로 활동 중인 이정훈(가명) 씨는 "업계의 관행을 무시하고 한시적으로 수수료를 지급하겠다는 것은 FA들의 피와 땀으로 증권사만 배를 불리겠다는 처사다. 증권사의 논리대로라면 가입자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도 한시적으로만 받아야 한다.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FA 입장에서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규직원들도 불리한 계약을 종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부터 정규직 직원이라도 3천만원 미만은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신규라도 3개월까지만 실적을 인정키로 했고, 특히 타 증권사와 달리 홈트레이딩 실적은 인정해주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은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며 동요하고 있다. 한 직원은 "임금인상 등의 요인을 억제해 자연스레 구조조정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증권사의 갑질은 자산운용사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에는 특정 펀드를 팔아준 대가로 자산운용사로부터 부당한 대가를 요구한 모 증권사가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증권사를 끼지 않고는 펀드 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갑'의 위치인 증권사가 '을'인 자산운용사에 자사 직원 연수비용을 떠넘긴 것이다.

금감원 조사결과 이 증권사는 2010년 3월부터 석 달간 A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중국 펀드' 특별 판촉을 실시하면서 우수 판매직원 2명에게 2박 3일간 중국 연수를 보내주기로 약속한 후 A자산운용사에 이 비용을 부담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에도 판매금액 10억원당 직원 1명의 연수비용을 부담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운용을 잘해도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펀드는 사실상 있으나마나다. 판매사가 요구하면 규정에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계약직 직원들이나 중소형 운용사 등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는 점이 없는지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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