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행림춘만(杏林春滿)의 주인

입력 2014-12-30 07:36:53

얘야, 남을 위하는 일만큼 존경받는 일도 없을 거야. 참으로 남을 위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옛 중국 오(吳)나라에 동봉(董奉)이라는 소년이 있었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꾸준히 살구나무를 심었어. 집안 살림에도 보태고 또 굶주린 행인들에게 나누어 주어 배고픔을 달래게 할 요량이었지.

어느 해 봄이었어.

살구꽃이 아름답게 피었어.

'아!'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지천으로 피어 있는 살구꽃을 보고 탄성을 질렀어.

동봉도 그냥 있을 수가 없었어.

"야아, 정말 아름답다."

동봉은 마을 아이들에게 자랑하려고 살구나무 가지를 몇 개 꺾었어.

이걸 본 어머니는 깜짝 놀랐어.

어머니는 곧 회초리를 꺼내어 동봉의 종아리를 때리면서 눈물을 글썽였어.

"어찌 이토록 철이 없단 말이냐. 이 나무는 사람을 구해내는 나무다. 이 나무 열매는 많은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고 병을 고쳐준다. 싹이 터서 이렇게 꽃을 피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데 어찌 함부로 꺾는단 말이냐!"

"어머니,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함부로 꺾지 않겠습니다. 저도 나무를 많이 심겠습니다."

동봉은 어머니의 말씀을 깊이 새기고 두 번 다시 나무를 꺾지 않았어.

그뿐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의술을 배웠어. 동봉은 늘 어머니의 가르침을 생각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여 마침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명의(名醫)가 되었어.

많은 사람들이 병을 고치려고 찾아왔어. 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냥 치료해주는 등 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았어.

병이 나은 사람들이 치료비를 내려고 하면 동봉은 사양하며 말했어.

"치료비 대신 우리 집 뒷산에 살구나무를 심어주시오. 병이 깊었다면 세 그루, 가벼웠다면 한 그루만 심으면 됩니다."

동봉의 뒷산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여러 종류의 살구나무들이 가득 심어졌어.

동봉은 이 나무들을 잘 가꾸어 열매를 따서 약을 만들었고, 그래도 남는 것이 있으면 시장에 내다 팔아 곡식과 바꾸었어. 곡식은 물론 가난한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동봉의 집 뒷산은 어느새 울창한 숲이 되었어.

그럴수록 동봉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늘어갔어.

그래서 '행림춘만'(杏林春滿)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어. '살구나무 숲에 가득 깃든 봄의 기운'이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곧 동봉의 따뜻한 마음을 기리고 있어.

또 이 살구나무 숲은 '동선행림'(董仙杏林)이라고도 불렸는데, 이 말은 '신선 같은 동봉이 가꾼 살구나무숲'이라는 뜻이야.

그래, 지금도 중국에서는 의사라고 하면 동봉이라고 할 정도로 높이 칭송받고 있단다.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이상준 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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