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 건축기행] <47> (주)서한 사옥

입력 2014-12-06 07:20:32

새 생명 불어넣어 듬직하게…'믿을 수 있는 아파트 회사' 이미지

세상의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건축물도 완공된 날로부터 최초의 목적과 가치는 조금씩 감소될 수밖에 없다. 건축물의 수명은 한정된 대지 위에 신축되어 주변 환경 속에서 새로움으로 자리 잡고 그다음에 어울려 조화를 이루다가 시간의 흐름 속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노후화되어 그 생명을 다한다. 급격한 도시개발이 일어나는 지역에선 건축물의 수명이 더 짧아진다. 새롭고 편리한 것이 더 좋다는 맹신으로 오래된 것을 쉽게 허무는 데 익숙한 우리에겐 이러한 것들을 돌아볼 여유조차 무의미한 듯하다.

우리나라 건축물의 평균수명은 기껏해야 20년 정도라고 한다. 영국의 건축물 평균수명이 143년, 미국이 105년, 독일이나 프랑스 등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80년 정도라는 통계를 보면 공동주택의 특수성으로 우리나라가 다소 짧다 하더라도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콘크리트의 성능은 적어도 50년, 엄격한 품질이 전제된다면 100년은 거뜬히 쓸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우리 건축의 수명은 근본적으로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고쳐 새롭게 쓴다'는 의미가 강한 리모델링(Remodeling)은 사실 건축물이 지어지기 시작한 고대 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행하여져 왔다. 건축물의 성능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기 위한 활동의 포괄적 개념으로써, 노후와 불량을 개선하는 물리적인 개념뿐만 아니라 시대적, 장소적 관점에서 문화적 가치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다. 에너지절약 등 지속 가능한 환경으로의 보전과 개발의 효과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건축물을 단순히 부동산으로만 여기는 인식과 사회 문화적 요인으로 우리 건축물의 수명은 너무도 짧아져 왔다.

리모델링과 증축의 대상이 된 기존 건축물은 약 35년 전에 지어진 철근 콘크리트조의 지하 1층 지상 3층 건축물이다. 에너지 관련법은 물론 주차장법, 용도지역, 지구에 관한 법률, 조경 등 어느 하나도 현행 법률과는 맞지 않아 짧은 시간 우리 건축이 얼마나 많이 변해 왔는가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구조안전진단을 통하여 증축 가능성을 확보하였고 보관된 전체 도면 검토를 통하여 새로운 기능의 아이디어를 모색하였다.

기존 건축물의 평면은 건립 당시의 상황과 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주차장은 특별히 법적인 확보가 아니라 1대분의 오너용 차고가 전부였고 1층 바닥이 도로에서 60㎝나 높은데도 장애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었으며, 바닥 면적 속엔 소위 공용면적이라 불리는 계단, 화장실, 홀 등의 면적이 전용면적 대비 10%를 넘지 않아 공공의 편의 개념은 아예 잡혀 있지 않은 상태였다.

새로운 건축의 평면은 동서를 잇는 동선을 축으로 크게 남북으로 나뉘어 일조 채광 등 에너지절약에 유리하게 대응하게 하였으며, 전면 지상철과 도로에서의 소음, 시선으로부터의 프라이버시 확보가 용이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이에 직각으로 전면도로에서의 상징적 출입과 북측 주차장에서 비를 맞지 않고 출입이 가능케 한 부출입구로의 축선은 건축물의 전체를 기능으로 조닝하는 근거로 쓰였다. 수직적으론 지진 등 건축물의 구조 안전성 확보를 위하여 기둥과 보 등이 최신의 공법으로 보강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4층 업무공간과 5층 다목적 홀이 새롭게 추가 증축되었다. 다목적 홀은 행사의 집중도 향상을 위하여 외부로의 시선은 차단하였으나, 밝고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하여 남측 고측창의 간접광과 겨울에도 햇살이 머무는 수평의 녹색정원을 북측으로 배치하였다.

리모델링된 건축물의 외관은 기존 건축물의 피할 수 없는 구조의 틀 속에서 나름의 비례와 건축적 완성도를 위해 많은 대안 작업의 결과로 이뤄졌다. 전체 볼륨은 평면에서 만들어진 기능 분할에서 유추되었으며, 그 느낌은 열리고 닫히는 면의 조합과 석재가 갖는 다소 거친 자연성과 금속재와 유리로 생성되는 하이테크의 이미지로 조정되었다. 전면 좁고 긴 창호의 깊이감과 불규칙한 배열은 지상철의 소음차단과 시선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자 한 의도이다.

글'사진=ADF건축 대표 건축사 김홍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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