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자전거道 22곳 67km…창원 '누비자' 누적 사용 30만 명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는 도시를 건강하게 한다. 차량 이용을 줄여 도심 환경을 개선하고 도로를 쾌적하게 만든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시민들의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선진 교통수단이다.
대구경북은 자전거 도시로 나아갈 여건도 갖춰져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현재 대구시의 자전거 교통수단분담률은 3.0%로 전국 평균인 2.16%를 훌쩍 넘는다. 특히 경북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3.36%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대구경북에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돼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늘어나는 자전거 이용자에 비해 도시 교통 체계와 제도적 뒷받침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활성화에서 앞서가는 상주시와 대전시, 경남 창원시는 대구경북 자전거 정책의 방향에 대한 좋은 모범 사례다. 모두 자전거를 일상생활에서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대중 교통수단의 이용 활성화와 함께 자전거가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한 점도 특징이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은 상주시
이달 11일 오전 상주시 신봉동 상주고등학교 인근. 등교 시간이지만 학교 도로는 차량보다 자전거로 북적였다. 학생들이 탄 수백 여대의 자전거가 물결이 치듯 줄지어 도로를 달렸다.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지나가던 차량들도 달리는 자전거에 길을 내주며 멈춰 섰다. 이런 광경은 상주여고와 상주공고, 상주중학교 등 상주시내 9개 중'고교 인근에서 매일 일어나는 풍경이다. 상주의 경우 각급 학교 학생들의 60% 이상이 자전거로 통학을 한다.
상주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다. 상주 인구는 올 10월 말 현재 10만3천 명이지만 자전거 보유 대수는 8만5천대에 이른다. 가구당 2대 꼴로 보유한 셈이다. 이는 전체 자동차 보유 대수인 4만7천63대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자전거 수송 분담률도 11.39%로 경북 지역에서 압도적인 1위다. 읍'면 지역을 제외한 상주 시내 6개 동만 보면 수송 분담률이 21.3%에 이른다.
상주시는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한 지형조건을 갖추고 있다. 도시 전체가 너른 평야 위에 형성돼 있어 가파른 오르막이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시가지의 경사는 5% 이하로 완만해 시내 어디든 자전거를 타고 20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다.
자전거 인구가 많은 만큼 자전거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여건을 조성을 하기 위해 상주시도 힘을 쏟고 있다. 상주시의 자전거전용도로는 22개 노선, 67㎞에 이른다. 상주시 인구는 대구시의 4%에 불과하지만 자전거 전용도로는 대구 자전거전용도로 총 연장인 107㎞의 62.6%에 달하는 셈이다. 자전거 보관대도 1만1천461대나 설치돼 있다. 자전거 안전사고에 대비해 올해 초에는 상주시민 전체를 자전거전용보험에 가입시키기도 했다. 외지인들을 위해 관공서와 기차역 등에 무료공영자전거 147대도 비치했다.
자전거를 테마로 체험문화공간조성과 관광자원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010년 상주시 도남동에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자전거 박물관의 경우 지난해 24만6천845명이 관람했다. 지난 6월 상주역 광장에 2억3천만원을 들여 자전거 기념공원을 조성했고, 사벌면 국제승마장 주변에는 567억원을 투입해 낙동강 자전거이야기촌을 조성 중이다. 상주시는 자전거도로를 165㎞로 늘려 교통분담률을 3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중'장기 도시 발전계획에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효과적인 연계방안을 포함시켰다"면서 "자전거는 도시 전체를 완성해가는 중요한 밑그림"이라고 말했다.
◆대전과 창원은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자전거 이용
도로 환경이 복잡한 대도시들은 공공자전거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자전거를 단순히 레저 스포츠 용도로 제한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주요 지점에 설치된 자전거 터미널은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고 시내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과도 편리하게 연계된다.
경남 창원시의 공용자전거 '누비자'는 대표적인 공공자전거 시스템이다. 2008년 도입한 무인 대여시스템인 누비자 터미널은 242곳에 설치돼 있으며 자전거 6천여 대를 대여한다. 하루 이용인원은 성수기의 경우 2만5천 명에 이르며 대당 회전율도 7, 8회나 된다. 누적 사용 인구도 30만 명을 넘었다.
누비자의 핵심은 관제와 콜 민원을 담당하는 운영센터와 배송 및 정비를 맡은 중앙센터다. 관제센터에서는 터미널마다 자전거 배치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오전, 오후 각 한 차례씩 배송해 적절한 대수가 유지되도록 한다. 출근 시간대에 산업공단 주변에 공용자전거가 몰리면 이를 확인한 뒤 다시 돌려놓는 식이다. 관제센터에서는 대여 자전거의 하루 주요 이동 경로와 이용 시간대가 체계적으로 분석된다. 직장인들의 출퇴근에 가장 많이 이용되지만 여가 생활이나 배달, 대리운전기사의 이동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각 터미널에 설치된 CCTV는 자전거 도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범죄 행위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연간 운영비는 37억원이 들고, 수익은 17억원에 그치고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절감, 시민 건강 증진 등 연간 37억원 규모의 간접 효과를 거두고 있다. 창원시의 차량 보유 대수도 1만5천대나 줄었다. 교통수단이 자동차에서 자전거로 이동하는 셈이다.
창원시의 누비자를 배우려는 국내외의 방문도 250여 차례에 이르고 외국의 기관'단체도 45곳이나 다녀갔다. 창원시는 누비자 시스템 자체를 타 지자체에 임대, 공급할 계획도 세웠다. 창원시 관계자는 "자전거 터미널을 확대해달라는 요구가 올해에만 350건에 이른다"면서 "자전거 도로 등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지원 장치 마련, 시민 붐 조성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20~30개 단위사업을 통해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2009년 도입한 대전시의 시민 공공자전거 '타슈'도 각광받고 있다. 충청도 사투리가 짙게 밴 '타슈'도 무인으로 대여와 반납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누비자'와 비슷하다. 지난해 타슈의 하루 평균 대여건수는 2천661건으로 주로 출'퇴근 시간대에 이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한밭수목원 입구나 충남대 정문, 갤러리아 타임월드 앞 등에서 근거리 대중교통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내년 3월까지 '타슈 스테이션'을 15곳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주로 아파트 밀집지역과 유동 인구가 많은 대학교 주변이다. 현재 타슈는 144곳 스테이션에서 1천500대를 운영 중이다.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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