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 정권이 미국, 캐나다와 유럽의 극우 세력들과 유지하는 관계가 서양 언론에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다. 1990년대에도 주독일의 북한 대사관이 독일 극우 정당인 민족 민주당 (NPD)의 대표단을 환대한 것으로 주목을 끌었다. 대표단의 일원이었던 네오나치인 미하일 코트는 요즘 '반제국주의 플랫폼(platform)'이란 단체 대표로 북한을 열렬하게 옹호하고 있다. 미국의 선군 사상 연구회 회장으로 북한을 몇 번 방문한 존 폴 컵도 극우의 백인 우월주의자이다. 독일의 코트와 마찬가지로 컵도 북한 정권의 추종자로 북한 언론에 자주 나왔다. 캐나다 서부에도 북한을 우러러보는 극우 세력들이 있다고 한다.
김일성 시대를 잘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북한과 서양 극우의 밀접한 관계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이 일본 적군과 같은 극좌 단체들을 지원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해서 같은 북한이 요새 네오나치와 백인 우월주의자들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극우 세력들이 도대체 북한을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첫째 질문에 먼저 답하자면, 북한은 친구를 선택하는데 북한 정권을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사람이라면 다 기꺼이 환영해 왔다. 김일성 정권이 1970년대나 1980년대에 서양 여러 나라에서 개최한 주체사상 학술대회에서 친북 발표를 한 인사들 중에는 반공주의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주체사상이란 말을 영어로 겸손하게 'Juche idea'로 번역한 것은 바로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표방하는 외국인들의 칭찬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서양의 친북 인사들이란 거의 전부 무명 인사들이다. 하지만 고립된 북한 주민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북한 정권이 코트나 컵과 같은 서양인들을 평양으로 초대해 이들을 북한 TV 뉴스에서 굉장한 친북 운동의 지도자들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북한의 명예를 세계적으로 높였다고 주장하는 김정은 정권에는 이런 쇼가 아주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네오나치나 파시스트들이 북한을 좋아하는 이유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언론이나 학계가 아직도 북한을 공산주의 국가로 잘못보고 있는 반면에 이들은 예리하게도 북한을 같은 극우 진영의 일원으로 파악한 것이다. 북한 정권은 무엇보다도 조선 민족의 혈연적인 순결성을 강조한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결혼을 맹렬하게 비난한다. 지난 5월 조선중앙통신사는 오바마 대통령을 "혈통마저 분명치 않은 잡종"과 "아프리카 원시림 속의 잰내비(원숭이)"라고 비하했다. 이런 인종차별적 발언들은 소련보다는 오히려 1930년대의 일본 제국주의나 나치독일 시대에서의 선전을 연상케 한다.
북한은 자칭 선군 국가이다. 다르게 말해서 경제는 물론이고 온 사회가 군대에 종속된다. 그래 봤자 북한의 국방 예산이 미국 국방 예산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미국과는 달리 북한 사회 그 자체가 군대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군인이 북한 총 인구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1930년대 나치 독일 총 인구에서 차지했던 부분보다 더 크다. 지난주 평양에서 서울로 돌아온 영국 기자가 나한테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지금도 전쟁이 진행 중이라고 말하더라"고 했다. 독일의 정치학 연구자인 에른스트 놀테(Ernst Nolte)는 평화 시에도 전쟁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것을 극우 정권의 주요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북한이 나치 정당의 좌파를 지도한 슈트라서(Strasser) 형제가 독일에서 세우려고 했던 정권과 신비스러울 정도로 비슷하다. 즉 소련처럼 재산을 공산화하면서도 민족의 군대적인 강화를 제일 중요한 목표로 여기는 국가 말이다. 이런 나라가 서양 극우에 큰 호소력을 끼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친북 세력들 대부분이 북한을 극우적인 이유로 우러러보는 것 같다. 한국의 모든 친북 세력들을 몽땅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에 나도 반대한다. 하지만 그런 극우의 정권을 동경하는 사람들을 '진보'라고 부르는 것이 왠지 더 이상하다.
브라이언 마이어스/동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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