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金 대물림…고낙춘·채영 펜싱 부녀

입력 2014-10-30 09:19:26

29일 제95회 전국체전 펜싱 여고부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고채영(왼쪽
29일 제95회 전국체전 펜싱 여고부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고채영(왼쪽'선산고)이 아버지 고낙춘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아빠가 감독석에 앉아 있어 항상 든든하고 자랑스럽습니다."

29일 제주 대정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육대회 펜싱 여고부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고채영(선산고 3년)은 "아빠인 고낙춘 감독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부녀 검객'인 이들은 이날 전국체전 금메달리스트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고 감독은 전국체전 펜싱 플뢰레에서 금메달을 5개나 차지한 스타플레이어였다. 그는 대전 유성고 3년 때인 1981년 전국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했고, 1985년(대구대 4년) 체전과 1987년(경북 소속 삼일방직) 체전 때는 모두 2관왕에 올랐다. 그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2개를 거머쥐는 등 화려한 선수생활을 했고, 1988년 서울 올림픽 후 은퇴해 1989년부터 대구대에서 감독을 맡고 있다.

펜싱 지도자로도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고 감독과 그의 둘째 딸인 채영은 이날 어느 대회보다 가슴 졸이며 경기를 했다. 고채영은 올해 각종 전국대회를 휩쓸며 4관왕에 올라 이번 체전의 금메달을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우승 부담감에 첫 경기부터 고전했다. 1회전을 15대14로 간신히 이기며 고비를 넘긴 그는 8강전을 15대9, 4강전을 15대10으로 이겼다. 8강'4강전에서도 상대의 추격에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고채영은 서울 대표 김소정과의 결승전에선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기 시작부터 상대를 몰아붙이며 일방적으로 앞서나갔고 15대9로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이로써 그는 지난해 전국체전 단체전에서 은메달에 머문 아쉬움을 씻어냈으며 이번 대회 여고부 플뢰레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한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때론 날카로운 톤으로 작전 지시를 하던 고 감독은 9대6에서 딸이 연거푸 5점을 따 14대6을 만들자 손뼉을 치며 미소를 보였다. 1~3라운드 사이 휴식시간에 딸의 땀을 닦아준 뒤 수건을 반 접어 부채질하는 고 감독의 모습에는 사랑이 넘쳐 흘렀다.

고 감독은 "근본적으로 실력 차이가 크게 나니 긴장하지 말고 경기 하라고 했으나 채영이가 첫 경기부터 너무 서둘렀다"며 "쉽게 이겨야 할 경기를 고전해 안타까웠으나 꼭 우승할 것으로 믿었다"고 했다. 고채영은 "첫 경기가 가장 어려웠고, 결승전이 가장 편했다"며 "빨리 끝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면서 경기를 어렵게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빠만큼 훌륭한 선수가 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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