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못 타는 '나드리콜택시'

입력 2014-10-23 10:31:20

대구 규정보다 30대 부족, 영주는 한 대도 없어 불편

경상북도 영주에 살고 있는 지체장애 1급 김모(70) 씨는 병원 한 번 편하게 가지 못한다. 그를 병원으로 이동시켜줄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장애인 전용 콜택시가 영주에 한 대도 없기 때문이다. 구급차를 부르지만 "응급환자가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는 말에 진료는 못 받고 지인에게 부탁해 약만 겨우 타다 먹는다. 김 씨는 "장애가 있는 것도 서러운데 아플 때 병원도 제대로 가지 못한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길에서 손만 들면 탈 수 있는 택시가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인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그 수가 적어 이용이 쉽지 않다.

대구에서 운행 중인 장애인 콜택시(나드리콜)는 92대(12인승). 1'2급 장애인 200명당 1대를 운영하도록 규정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을 적용하면 2만5천여 명의 1'2급 장애인이 거주하는 대구에는 129대가 운행돼야 하지만 이보다 30대 적다. 실제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등록한 장애인은 1만2천200명이나 된다.

이용자는 많고, 택시는 부족하다 보니 원하는 시간에 탈 수 없고,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1~8월 나드리콜의 평균 대기시간은 47분 22초. 특히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 접종을 하는 날이나 날씨가 궂은 날, 장애인단체 행사가 있는 날 등에는 1시간 30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그나마 대구는 사정이 나은 편. 경북지역 대부분 시'군에서는 장애인 콜택시를 아예 볼 수 없다. 경북 장애인단체들에 따르면 경북에서 운행 중인 장애인 콜택시는 모두 10대. 그나마도 경산시에 6대가 집중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경북에서 운행되는 장애인 콜택시가 법정 도입 대수 189대의 30.7%인 58대가 있다고 발표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 콜택시는 탑승 리프트가 설치된 특수차량만을 의미하는데, 국토부가 밝힌 운행 대수에는 일반 택시 중 장애인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시각장애인연합회 등 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까지 포함해 그 수가 뻥튀기됐다"고 했다.

경북도는 이런 불편을 줄이고자 지난 6월 장애인단체들과 2016년까지 법정 대수 이상의 장애인 콜택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장애인 콜택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가 의지를 보이더라도 시'군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이 약속은 공수표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북도는 200대 가까운 콜택시를 도입해야 법정 대수를 채울 수 있는데도 아직 세부계획도 없는 상태다.

박재희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시'군 단위는 대부분 장애인 콜택시 도입 의지가 없기 때문에 광역 단위로 관리하는 '이동지원센터'가 필요하다. 실제로 경기도는 콜택시 수는 늘렸으나 이를 관리할 센터가 없어 요금 체계가 제각각인데다 도내에서도 갈 수 없는 지역이 생기는 등 문제가 많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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