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큰 마음을 먹고 2억원을 들여 벤츠 S500을 구입한 지역 중소기업 대표 김모 씨. 차량이상으로 벌써 3차례나 정비센터를 들락날락했다. 운행중 엔진경고등이 켜지기만 3번째다. 정비를 받을 때마다 회사 측은 "앞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며칠뿐이었다.
김 씨는 "실제 차를 운행한 기간보다 수리를 받기 위해 기다린 기간이 더 길 정도다. 지금도 이현동 서비스 공장에 차량이 있다. 새 차로 바꿔달랬지만 회사 측은 바꿔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심지어 수리 과정에서 고압분사기 등을 교체한 혐의까지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입 판매처 역시 입장이 난처하다. 김 씨에게 차량을 판매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잦은 고장으로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게 돼 미안하다. 그러나 큰 고장이 아닐 경우 교체나 환불이 안된다는 본사 규정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애프터서비스(A/S)에 대한 원성이 높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이후 지난달까지 수입차 관련 민원접수건은 3천800건이 넘는다. 아우디'폭스바겐 모델 관련 민원 접수 건이 1천510건이고 메르세데스벤츠 민원은 683건에 달했다. 특히 엔진경고등 점등, 점화플러그 불량, 엔진오일 뉴유 등 잔고장의 경우, '낙장불입'. 대부분의 수입차업체들이 잔고장에는 환불이나 차량교체를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어 한번 차량을 구매하면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계속 타야 하는 입장이다.
들쭉날쭉한 공임, 부품 가격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할 말이 많다. 지난해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276만원으로 나타났다. 국산차 94만원보다 2.9배 높다. 특히 수입차 부품 비용은 국산차의 4.7배에 달했다. 문제는 부품 값이 어떤 식으로 산정되는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센터에서 수리 견적을 내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벤츠를 타는 이모 씨는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고 나면 뭔가 속은 기분이 든다. 모든 가격 책정이 블랙박스처럼 감춰져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역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규정 탓에 일단 구입후에 고장이 이어지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또 수입차들이 판매망을 갖출 때 서비스센터도 함께 지어야 하는데 비용 부담 때문에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들이 장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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