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구는 어떻게?" 구의원 의정비 심의 눈치보기

입력 2014-10-15 10:31:40

"4년치 의정비를 한 번에 결정하려니 진땀 나네요."

지난주 한 구청에서 열린 의정비 심의위원회. 심의위원 10명이 의정비 동결이냐 인상이냐를 두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면서 의견이 두 편으로 나뉘었다. "오랫동안 동결해오지 않았느냐. 지금이 옛날처럼 무보수 명예직 시절도 아닌데 의정 활동에 충실하려면 의정비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한 위원이 발언하자 시민단체 활동가인 다른 위원은 "지금 의원들이 하고 있는 활동 수준을 생각하면 4년 내내 동결하는 것도 문제없다"고 받아쳤다.

매년 열리던 지방의회 의정비 심의가 올해부터 4년에 한 번으로 바뀌면서 의회는 물론 심의위원회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번 심의를 거친 의정비가 4년 동안 유지되는 만큼 의회는 인상을 적극 요구하지만, 심의위원회는 그만큼 결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매년 심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여론조사 비용과 심의위원 활동비가 부담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6월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구'군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구의회 의원들 임기가 시작되는 첫해에 임기 4년치 의정비를 한 번에 결정하게 된다.

법조인'교수'언론인'시민단체 관계자 등 10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10월 중 회의를 거쳐 의정비가 결정되면 향후 4년간은 지속돼 구의회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의정비 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구'군 관계자에 따르면 서구의회와 달성군의회는 집행부에 공무원 봉급 인상률인 1.7% 범위를 넘어서, 나머지 구의회는 그 이하의 범위에서 의정비 인상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심의위원들은 구청의 재정 여건과 여론, 과거 인상 폭 등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다른 구의 상황까지 살피는 등 결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의정비 심의위원으로 활동해 온 한 위원은 "우리 구는 8개 구'군 중 의정비가 가장 낮아 동결 결정을 해도 부담이고, 구 재정 여건을 생각하면 인상 결정을 해도 부담이다. 다른 위원들도 심의 결정이 우리보다 빠른 다른 구 상황을 살펴본 후 인상 여부나 인상 폭을 결정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고 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심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예년보다 무겁다. 안전안전부의 표준 지침을 위원들에게 설명만 하는데도 1차 회의에 배정된 시간을 거의 다 썼다. 위원들도 바뀐 심의 방식을 숙지하는 시간을 더 요구해 심의 과정이 예년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달 초 열린 한 구청의 1차 의정비 심의에서는 '주민 여론조사 문항의 질문 방식이 의정비 인상을 유도하는 질문인 것 같다'는 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문구가 바뀌기도 했다. 이 심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예년 같으면 설문 문항의 문구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 달 안에 4년치 의정비를 결정해야 하는 만큼 의회와 위원들 모두 민감해진 분위기"라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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