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점투성이 무기로 어찌 국방을 이야기하나

입력 2014-10-15 10:56:57

국감을 통해 우리 군의 무기 구입 및 관리체계가 얼마나 부실한지 민낯을 드러냈다. 해군의 주력 구축함이라는 광개토대왕함은 구형 486 컴퓨터에 16MB 메모리 용량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2012년 이후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에서 24차례 시스템이 다운되는 상황이 벌어진 이유다. 대전차 무기 4만 6천200여 기 대부분은 수명을 다했다. 대전차 무기의 99.2%가 너무 낡아 북한 주력 전차에 위협적이지 못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건조비가 1조 원에 이른다는 해군 최신예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에 탑재된 24발의 어뢰 기만탄 중 18발이 바닷물에 부식돼 무용지물이었다. 어뢰 방어 불능 상태로 작전 중이었던 셈이다. 무기 공급 및 관리가 이 꼴이니 지난 7일 서해 NLL 남쪽에서 발생한 남북 함정 간 교전에서 불발탄 발생으로 우리 함정이 후선으로 물러나야 했던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리 군이 불량무기, 짝퉁 무기로 무장해서는 유사시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 함량이 안 되는 부품으로 무기를 만들면 첨단 무기도 무용지물이다. 최신예 전투기가 불량 베어링 때문에 추락하고, 최신 함정이라도 불량 소나를 장착하면 구식 함정보다 못할 수 있다. 사용기한이 지난 대전차 무기로는 북한의 주력 전차를 막을 수 없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35조 7천56억 원에 이른다. 내년에는 5.2% 늘어난 37조 6천여억 원이 편성됐다. 절대 규모로 보면 세계 10위 안에 든다. 국민들이 이런 천문학적인 국방예산을 감수하는 것은 첨단 무기로 무장해 북한은 물론 중'일'러 등 국제사회와의 군비 경쟁에서 뒤쳐지지 말라는 의미다. 도대체 이 많은 예산을 어떻게 썼기에 우리 군에 유통기한이 지난 무기, 불량무기,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무기 투성이인지 국민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무기 공급체계로 어찌 나라를 지키겠다 하는가. 국민들은 이런 군의 부실한 무기 면면을 보며 방위산업 비리를 먼저 떠올린다. 정부는 방산비리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 군납업체 선정부터, 납품, 군수품 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투명해져야 국방이 가능해진다. 군수비리로 유사시 무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국민의 목숨은 물론 국가가 위태롭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