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축제의 딜레마

입력 2014-10-15 10:58:26

10월은 원래 축제의 달이지만, 올해는 더욱 많다. 세월호 참사와 지방 선거로 전반기 축제가 모두 밀리면서 9~11월에 집중되어서다.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여러 축제 가운데 가장 지명도가 높은 것은 안동 탈춤축제다. 17회째인 올해는 외국인 4만 2천여 명을 포함해 112만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탈춤은 익명성에 바탕한 해학과 풍자가 통쾌하다. 탈춤판은 봉건시대에서 지배층이나 기득권층에 마음껏 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場)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러 탈춤의 대본을 보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지배계층을 싸잡아 비판하고 조롱하며, 노골적인 성적(性的)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소 점잖은 편인 하회탈춤에서도 양반과 선비 사이에 초랭이가 끼어 모두를 조롱하며, 이를 통해 서민은 평소의 억눌린 감정을 해소한다.

탈춤은 예술사가 아널드 하우저의 말처럼 '생산자와 소비자가의 거의 구별되지 않고, 이들 사이의 경계가 항상 유동적인' 민중예술이라는 강점이 있다. 탈춤은 대개 출연자가 공연 중간중간에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무대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관객과 어울려 함께 춤을 추는 난장(亂場)으로 끝맺는다. 이는 마을 대동제(大同際) 역할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안동이 하회탈춤을 무기로 국제탈춤축제 개최를 선점한 것은 괜찮았다. 그런데 외형적인 성장에도 내부는 늘 걱정거리뿐이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올해 사업비는 안동시 11억 원, 축제 주관처인 안동축제관광재단 7억 원, 국비공모사업 지원금 1억 원 등 19억 원이었다. 반면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됐던 2008~2010년에는 국'도비 각각 8억 원, 시비 6억 원으로 모두 22억 원이었다. 3년 동안 정부 지원이라는 일몰제에 걸려 국비지원이 중단되자 도비까지 덩달아 끊겨 전체 사업비가 줄었다.

재단이 나름의 수익 사업을 구상하지만 쉽지가 않다. 또, 관람객이 100만 명을 넘어도 축제장 근처에만 밀집했다가 돌아가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 때문에 획기적인 콘텐츠 변화 또는 격년제 개최라는 외형 축소 이야기가 나온다. 안동 탈춤축제는 전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성공한 축제다. 그러나 돌아오는 성적표는 늘 초라하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명확하게 보이는 데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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