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 불법 반출 등 부실 관리 '2차 피해' 확산 '주범'

입력 2014-10-15 07:51:00

포항 소나무재선충병 방재 대책

유인트랩을 설치해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를 방제하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포항시 제공
유인트랩을 설치해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를 방제하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포항시 제공

치사율 100%인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해 포항의 소나무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가 주원인이지만 고사목 반출에 따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2차 감염의 피해를 막지 못한 사람에 의한 피해 발생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항지역에서 피해가 유독 심한 이유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방제대책 등을 살펴본다.

◆포항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큰 이유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산림생태계가 급속히 변하면서 자연천이 과정 속에서 소나무류 등의 침엽수가 자연도태되고 있다. 이런 과정으로 점점 산림 병해충에 취약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포항은 일반 소나무보다 바닷가 환경에 잘 적응하는 해송이 많이 자란다. 해송은 상대적으로 소나무재선충병에 취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1970년대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는 사방사업 과정에서 척박한 해안 환경에도 살아남는 생명력이 질긴 해송을 대량으로 심은 것이 주원인이기도 하다. 현재 포항지역 소나무의 50%가량이 해송이며, 실제로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도 해송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사람에 의한 2차 피해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솔수염하늘소의 서식 반경이 최대 4㎞ 이내이기 때문에 초기 방제만 잘하면 피해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사목의 무분별한 반출과 부실한 관리로 인한 사람에 의해 피해가 확산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민가가 밀집한 주변에서 재선충병이 쉽게 발생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불법유통 등으로 재선충병 감염목이 확인되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에 의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는 어떻게 처리하나

아직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리게 되면 치료할 약은 없는 실정이다. 근본적인 매개충의 서식밀도를 현격히 떨어뜨리는 것이 예방의 최상의 방법이다.

매개충 우화시기를 제외한 9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매개충의 서식처가 되는 2㎝ 이상의 죽은 소나무를 처리해 서식밀도를 조절한다. 피해를 입은 소나무 처리법에는 훈증, 파쇄, 소각이 있다.

훈증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고사된 소나무를 벌채해 무더기를 만들어 약제를 처리하고 훈증피복재를 이용해 밀폐하는 방법이다. 파쇄는 피해목을 벌채 및 운송해 두께 1.5㎝ 이하로 잘게 부수는 작업이다. 소각은 불태우는 것으로 건조한 기후 조건에서 산불의 위험이 있어 제한적으로 실시한다.

◆포항시의 방제 대책

포항시는 피해 유형별 맞춤형 방제 실시 전략을 갖고 있다. 우선 선단지(처음 발생한 곳)부터 산발지, 집단발생지 순으로 압축 방제를 실시해 재선충 감염구역을 줄여나가는 전략이다.

그런 뒤에 극심지역(피해율 30% 이상)은 모두베기 후 수종갱신을 유도해 재선충 감염 소나무의 밀도를 줄여나가는 전략이다. 이 같은 기본방제 전략 이외에도 남부지방산림청과 MOU 구축, 경주시 등 인접 시군구와 상호공조 대책을 구축해 피해 확산을 예방하고 있다.

포항시는 이와 함께 9~11월의 1차 조사기간을 거쳐 11월부터 2015년 1월까지 1차 방제를 실시할 계획이며, 2차 방제는 2015년 1~3월까지 조사를 거쳐 2015년 3~4월 초순까지 실시하고, 4월 중순부터는 보완 방제에 들어간다.

특히 2013년도 하반기 예산 부족으로 2014년도에 피해목 제거작업이 몰렸던 선례가 있어 올 12월까지 피해 고사목의 30%를 제거해 다음해에 물량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도입한 유인트랩 방제 효과는?

소나무재선충병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를 붙잡는 유인트랩이 상당한 방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시는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지난 8월 21일 8개 지역에 유인트랩 10개를 설치해 한 달간 솔수염하늘소 35마리 이상을 포획할 수 있었다.

원리는 유인트랩에 솔수염하늘소를 유인하는 '집합페로몬'을 넣어두는 간단한 방식이다. 그간 비슷한 실험이 진행됐지만 페로몬 배합 비율이 적정치 않아 단 한 마리도 유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집합페로몬은 대량 유인에 성공해 성능을 입증받았다.

포항시는 유인트랩을 포항지역 산림 1천여㎡당 4개씩 설치할 계획이다. 솔수염하늘소 한 마리가 평균 100개의 알을 낳는데 이 정도를 설치하면 박멸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번에 설치된 유인트랩이 솔수염하늘소의 왕성한 활동시기가 지난 시점에 설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포획됨에 따라 효과성이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소나무를 모두 베어내야 하나

소나무재선충병을 막기 위해 아예 소나무를 베어내고 다른 활엽수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국의 산에 분포돼 있는 소나무를 베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소나무가 우리 국민정서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여론도 작용하고 있다.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등장하고 있는데다 십장생의 하나로 예로부터 귀하게 대접받고 있는 나무다. 이 같은 특성상 재선충병을 뿌리 뽑는 방안으로 소나무를 모두 베어낸다는 것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포항 이상원 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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