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인포그래픽, 기본기부터 찾아라

입력 2014-10-14 10:52:48

우리나라에서 인포그래픽이 대중화 된 계기는 2011년 11월 사울시의 예산안 발표에서부터다. 서울시는 해마다 복잡한 숫자로 알려주던 예산안을 분야별 동그라미로 표현하고 동그라미의 크기로 해당 분야 예산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도록 인포그래픽을 제작'배포했다. 복잡한 서울시의 예산을 모두 담았음에도 한눈에 서울시의 살림을 이해하기에 충분했고, 이를 계기로 인포그래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시작되었다. 인포그래픽에 대한 대중의 관심 변화는 포털사이트의 검색률에서도 나타난다. 검색사이트의 트렌드 분석 결과, 2014년 5월의 검색률이 2010년과 비교해 100배나 증가했으니 거의 폭발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인포그래픽은 정보를 의미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그림을 의미하는 그래픽(graphic)의 합성어로, 정보를 이미지로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를 다양한 이미지를 접목한 은유적인 표현과 숫자를 활용한 직관적 표현으로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딱딱한 숫자나 도표가 아닌 감성적인 이미지로 정보를 전달하면서 인포그래픽은 어느새 '소통'의 대표적인 도구가 되기도 했다. 이미지로 표현되는 장점 덕분에 인포그래픽은 언어의 경계를 넘어섰고, SNS에서도 빠르게 확산되어 '정보의 확산'으로는 최적의 도구로 인정받았다. 데이터 과잉시대의 소비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정보전달의 도구가 되었고, 너도나도 인포그래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정보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아지자 인포그래픽을 정보 제공 또는 정보 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이나 공공기관도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우리나라 식의약품 정보를 일반인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계정보 시각화 사이트를 오픈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식품의약품, 화장품, 의료기기 등 분야별 생산 실적 정보를 시도 및 시군구 단위의 통계 지도 및 차트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또 최근 5년간의 변화를 비교분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지 및 원본 자료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사이트를 둘러보며 반가움보다 아쉬움이 컸다. 기본적으로 표시되어야 하는 데이터의 단위 표시는 찾아볼 수 없는 그래프도 있었고, 단위가 표시되었어도 통일되지 않은 단위의 사용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었다. 작성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파이그래프의 비율 표시를 보면서 정보를 시각화하는 원칙조차 숙지하지 못했음을 알았다. 통계 정보의 시각화 사이트이지만 단순히 수치의 시각화에 그친 것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포그래픽 제작 과정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정보의 분석과 정리다.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리해 전달력 높은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렇게 정리된 정보를 바탕으로 시각화를 진행하는데 이때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이미지를 활용해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유도한다. 픽토그램(pictogram)이나, 아이소타이프(isotype) 또는 그래프 등을 적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디자인적 요소는 언제나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집중되어야 하며, 전체적으로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는 범위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인포그래픽 전문가들이 가장 잘 된 인포그래픽으로 멘델레프(Mendeleev)의 원소 주기율표와 헨리백(Henry Back)의 런던지하철 노선도를 꼽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원 데이터(Raw data)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인포그래픽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데이터의 이해라는 말이다.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디자인이라도 정보의 전달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가 다르게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빅데이터 활용이 최대의 화두가 되면서 데이터 시각(Visualization)의 중요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보소비자로서 목표를 세우고 조직화해서 정보의 의미를 전달하는 인포그래픽의 구현이 절실하다. 좋은 인포그래픽의 조건은 정보의 정확도이다. 이것은 또한 인포그래픽의 기본기를 강조하는 이유이며 인포그래픽을 비주얼저널리즘으로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은경/한국애드·(주)스토리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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