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지?" 18세기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후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 철없는 한마디가 대혁명을 촉발시켰다는 유명한 얘기가 있다. 화려한 궁전 생활을 하고 있던 왕후가 "밖에서는 배고픈 농민들이 빵을 달라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대신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던진 말이라고 한다.
일설에는 정작 이 말을 한 장본인이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니며, 혁명세력이 왕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과장하기 위해 퍼트린 유언비어라는 말도 없지 않다. 어쨌든 역사적인 물줄기를 바꾼 대사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극히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20세기 세계 역사의 큰 분수령이었던 러시아혁명도 어느 공장에서 인부 4명을 부당 해고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 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노동자 파업이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수십만 명에 이르자 경찰과 군대가 대포까지 동원해 무자비하게 진압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이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 황제에 대한 민중의 신뢰감은 적개심으로 변했고, 혁명의 불길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니콜라이 2세를 마지막으로 제정 러시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960년대 중반부터 10년간 중국 전역을 피바다로 만든 문화대혁명도 '해서파관'이라는 사극 공연이 빌미가 되었다. 명나라 때 청백리가 어리석은 황제에게 직언했다가 파직당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당시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권력기반이 흔들리던 마오쩌둥이 황제를 자신에게 비유한 것이라며 홍위병을 동원해 반격에 나섰던 것이다.
일본 역사소설가 사토 겐이치는 '소설 프랑스 혁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거대한 혁명이라는 것은 별로 신통찮은 이유로 시작될 때가 종종 있다. 시대를 뒤흔들 만큼 큰 사건도 얼핏 보기에는 사소한 사건이 발단이 되는 법이다."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의 행정장관 딸이 자신의 목걸이와 사치품들을 자랑하며 시민들을 조롱하고 업신여기는 글을 SNS에 올려 비난을 사고 있다.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시위의 물결이 어디로 확산될지, 아버지의 진퇴가 어떻게 결정될지 모르는 민감한 시기에 빚은 철딱서니 없는 언행이다. 이 사소한 파장이 시위의 불길에 기름을 부으며 홍콩의 운명을 바꿔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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