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욕망의 존재다. 욕망은 움켜잡고자 하는 마음이다. 자크라캉은 인간이 어떤 대상만 얻으면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으리라 믿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욕망은 해소되지 않고 새로운 욕망을 찾아 나서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어쩌면 허구인 욕망을 실재라고 믿고 다가가는 과정이 '상상계'요, 욕망충족 후 그다음 대상을 찾아나서는 게 '실재계'라 한다. 결국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상상계와 실재계를 오가며 죽음이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그 욕망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인간이 진정 채울 수 있는 욕망이란 없다.
많은 이들이 나름의 소망을 품고 팔공산 갓바위 부처를 찾는다. 갓바위 부처는 예로부터 기도하면 한 사람당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고 전해온다. 사람들은 절을 하며 각자 어떤 욕망을 품었을까? 갓바위 부처로 가는 등산길 단풍은 온 산을 붉게 물들여 절정일 때 소리 없이 내려놓음을 시작한다. 산은 늘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면서 우리에게 '내려놓음'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일깨운다. 우린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내 곁에는 누가 있고, 또 내 속에는 누가 있는가?
금을 넘어선 자
삶은 금을 긋는 일
자신의 욕심 끝에 서서
그 선 너머를 바라보는 것
삶은 금을 넘어서는 일
나를 넘고 너를 안아
환한 너의 얼굴에서 나를 찾는 것
삶은 금을 없애는 일
해와 달 다 품에 안아
어둠 가운데 빛이 머묾을 아는 것
스스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스스로 행복의 진원지가 되지 못하는 자는 불행하다. 타인에게서, 외부세계에서만 기쁨을 찾는 것은 일시적 충족감은 줄지언정 진정한 생명력을 지니지는 못한다. 행복의 진원지가 되는 첫째 요소는 '자기긍정'이다. 삶은 늘 우리를 시험하고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묻는다. 진정한 자기애는 자신의 몸의 소명이 뭔지, 촛불처럼 스스로를 태워 밝혀야 할 자신의 가치는 뭔지 묻고 또 묻는다. 둘째 요소는 '나눔'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자신을 걱정해 주고 기도해 주는 많은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마음이다. 삶의 무게에 외롭고 지친 이에게 자신이 진 빚을 되갚아 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요소는 '감사'다. 완전한 소유와 채움이 곧 감사를 잉태하진 못한다. 오히려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감사할 수 있다. 어둠과 빛의 중간지역에서 우리는 모르지만 알려 하고, 쓰러지지만 다시 일어나고, 결국은 죽지만 살려 한다. 하나둘 낙엽 떨구는 나무들 틈에서 우리에겐 올가을 어떤 금이 그어지고, 또 그 금을 어떻게 지혜롭게 넘을 것인가?
신경섭 시인'대구 수성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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