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이렇게 거대한 사진은 처음 보네요. 도대체 몇 미터나 되는 건가요?" "30m입니다."
길이가 30m에 달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나요? 로베르토 후아르카야의 '아마조그라마스'(Amazogramas)가 그것입니다. 잠깐 나타났다-사라지는 사진을 본 적이 있나요? 금속-거울에 입김을 불어넣어 주면 당신 얼굴에 다른 이의 얼굴이 겹쳐집니다. 그것도 잠시 입김이 사라지면 사진도 사라집니다. 오스카 무뇨즈의 '숨결'이란 작품입니다.
이런 작품을 보고 싶다면 지금 대구를 찾아가면 됩니다. 만일 대구에 살면서 아직 대구사진비엔날레를 방문 못하셨다면 지금 당장 대구사진비엔날레 현장을 방문하시면 됩니다.
지난 9월 2일 SeMA 비엔날레(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를 시작으로 9월 5일 광주비엔날레, 9월 12일 대구사진비엔날레, 9월 20일 부산비엔날레가 개막했습니다. 한마디로 올가을은 대한민국 비엔날레 축제기간인 셈입니다. 그러나 그 비엔날레가 끝나면 비교평가가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각 비엔날레 관계자들은 일종의 '비엔날레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대구예술에 대해 자존심을 가지고 계신 대구시민이라면 대구사진비엔날레를 꼭 방문하십시오. 비엔날레 평가는 무엇보다 관람객 숫자로 좌지우지되기 때문입니다. 250만 명 대구시민 중에서 100만 명이 찾는다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세계에서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세계 속의 대구, 참 쉽지 않은가요?
저는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즐겁고 흥미롭게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더군요. 대한민국 비엔날레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광주비엔날레 올해 예산은 총 87억 원이고, 부산비엔날레는 42억 원입니다. 반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14억 원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적은 예산이라도 최대의 효과를 내야만 하는 당사자들 입장에서 보자면 죽을 맛입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사진전을 운영하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사무국 규모는 아마 아시아 최소 규모일 것입니다.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알려 드리려는 것입니다. 오해하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권영진 대구시장의 육성을 들어보죠. "대구사진비엔날레가 국제사진의 새로운 경향을 소개함은 물론 국내 청년사진작가들을 발굴해 해외 유명사진축제 등 세계무대에 진출시키는 교두보 역할을 해서 국내 사진문화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무엇을 재정비해야만 할까요? 첫째는 예산입니다. 대구시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합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입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사진비엔날레에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지 않습니다.
둘째는 운영입니다.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운영위원회와 사무국입니다. 하지만 그 두 곳은 지금까지 일시적으로만 운영되고 있습니다. 운영위원회와 사무국은 올해 12월 계약이 끝나면 해체됩니다. 따라서 운영위원회와 사무국을 상근으로 전환해야만 합니다.
셋째는 감독 선정입니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개최됩니다. 그래서 2년간 전시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전시 감독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는 작년 3월이 아니라 올해 3월 선정되었습니다. 이 전시를 6개월 만에 만든 셈이죠.
넷째는 비엔날레 기간입니다. 광주비엔날레는 비엔날레 전용관이 있고, 부산비엔날레나 세마비엔날레 경우는 부산시립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기간은 3개월 정도입니다. 반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전용관도 없고 대구시립미술관에서도 개최하지 않아 비엔날레 기간이 38일간으로 짧습니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기간을 더 늘려야 합니다.
류병학 미술평론가'전 부산사진비엔날레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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