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수익금 阿 기아 기부 남재현 시인

입력 2014-10-06 09:47:53

"시적 감성에 비친 아프리카 난민 참상 도와주고파"

'처음이었어./ 네게서 향기를 느낀 것이/ 그때는 왜 몰랐을까?/ …중략…/ 예나 다름없이 변함이 없으련만,/ 오늘은 저 하늘 교교한 달빛에/ 어차피 홀로 삼키며 지새야 하는 별밤이다.'(시인 남재현'그리운 마음의 편지1)

자동차부품업체 대표이면서 '시란 일상의 작은 살아있는 시간들이므로, 생을 노래하는 살아 숨 쉬는 공간에서 제약 없이 시를 쓰고 싶다'는 시인 남재현(48) 씨가 세 번째 시집 '가을 너만 가렴'(2012년 1월 2쇄)의 판매수익금 720여만원을 아프리카 난민 기아대책에 보탬이 되고자 기부의사를 밝혔다.

'시적 상상력은 내면의 감흥을 정화하는 수단이자 타인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갈등이나 다툼 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장치'라는 평소 시론(詩論)에 부합하고자, 남 시인은 세 번째 시집을 발간하면서 아예 책 뒤편에 '이 책의 수익금은 아프리카 난민 돕기에 쓰입니다'라고 글귀를 새겨 출간했다.

"다행히 저의 뜻을 알아주는 많은 지인들과 제가 속한 MBC문화원 1기 회원들이 이를 홍보하고 호응해 주어 어느 정도 금액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아프리카 난민 돕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우연히 TV에서 '아프리카 난민 특집'을 본 후였다. 평소 예민한 시적 감성을 지닌 그에게 비친 난민들의 생활상은 너무 비참했고 비인간적인 모습이었던 것. 지구상에 함께 살면서 늘 '인류애'를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던 차에 때마침 시집 3집 출간의 의미를 아프리카 난민 돕기에 두게 된 것이다.

"기업 CEO로서, 또 문학인으로서 이성과 감성은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의 목적도 결국은 사람 중심의 관리라면 시적 감성과의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거죠."

그는 기업경영에도 감성을 토대로 한 투명성과 진정성을 강조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라면 눈앞의 이익보다는 멀리 내다보며 기업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감성은 신뢰라고 봅니다. 한국에 장수기업, 장인기업이 부족한 이유 중 하나도 내면에 대한 고찰이 없었기 때문이죠. 눈속임 기업은 결코 오래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일까. 남 시인이라고 해서 경영의 위기상황이 없지 않았지만 직원들에게 자율적 기회보장을 통해 지금껏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련은 오히려 실패가 아닌 담금질이자, 진정성과 인내가 충분하다면 사람 사이 문제는 해결의 길이 열려 있다는 관점이 시를 통해 순수성의 내공을 쌓아온 그만의 경영 노하우인 셈이다.

"시 속에서 항상 나를 보여주는 것 같아 내놓기가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하지만 용기도 필요한 법이죠."

그의 시작(詩作)은 일상에서 이뤄진다. 특별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보다 생활 속에서 아슴푸레 감성을 건드리는 사건 순간순간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것이 그의 오래된 버릇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삶 속에서 특별한 순간 보푸라기처럼 떠오르는 감흥이 어떨 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하니 어쩔 수 없는 시인이다.

2008년 한맥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시집 '계절의 소리'(2009년)와 '약국 가는 길'(2010년)을 낸 바 있고 현재 국제펜클럽 한국문인협회 회원이자 죽순문학회 이사로 이상화기념사업회에서 활발한 사회활동과 시적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우문기 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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