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때 관청에 딸린 하급 관리를 총칭해 아전(衙前)이라고 불렀다. 중앙 관청의 녹사(錄事)나 서리(胥吏), 지방 관아의 향리, 6방(六房) 관속이 모두 아전이다. 아전의 우리말은 '구실아치'다. 세금을 거두고 관리하는 관리를 지칭하는 '구실'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아치가 붙어 하급 관리를 지칭하는 말이 됐다.
아전은 양반 신분이 아니지만 상민과는 구별돼 역관'의관 등과 함께 중인 계층을 형성했다. 조선시대에 아전은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다. 조선 후기 전정'군정'환곡 등 삼정(三政)이 문란해져 큰 사회적 혼란을 빚은 것도 지방 수령과 아전들의 부정부패와 탐욕이 그 원인이다.
남명 조식은 "조선은 아전들 때문에 망한다"고 개탄했다. 일부 경아전(京衙前)을 제외하고 나라에서 녹봉을 전혀 주지 않고 부려 먹는 등 아전도 그 나름의 항변 이유가 있지만 아전의 폐해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수광은 '지봉유설'에 '수령은 아침에 갈리고 저녁에 바뀌어 자리가 따뜻할 겨를이 없는데 아전의 무리들은 젊어서부터 늙을 때까지 태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일을 조작해 늘리거나 줄여 처리하는 것이 그들 손에 달렸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 음향탐지기 납품 비리를 수사 중인 가운데 전역 후 민간 기업체에 취업한 대령급 이상 장교 10명 중 4명꼴로 방위산업체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나 방위산업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군(軍)피아'가 비리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 2006년 이후 국토교통부에서 옷 벗은 4급 이상 공무원 20명이 건설'교통 관련 민간 공제조합에 취업한 것으로 국감 자료에서 밝혀졌다. 공직에서 물러나 민간단체에서 자리를 꿰차고 앉아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최근 3년간 공무원 범죄자는 3만 2천여 명으로 그 절반가량인 1만 6천여 명이 기소됐다. 그런데 소청심사제도를 통해 공무원 범죄자 10명 중 4명이 구제돼 소청심사제도가 문제 공무원의 구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세다.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니 고래 힘줄보다 더 질긴 게 공무원 명줄이라는 말까지 나올 법하다. 예나 지금이나 구실아치가 넘쳐나는 시대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