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빈곤층에 서러운 '기초연금의 그늘'

입력 2014-10-02 10:47:16

"줬다 뺏는 것도 아니고, 기초생활수급자라 너무 서러워요."

김모(75) 씨는 기초연금을 받게 됐지만 오히려 줄어든 기초생활수급비 때문에 고민이다. 매월 25일 받던 9만9천원의 기초노령연금(이하 노령연금)이 7월부터 기초연금(20만원)으로 바뀌면서 통장에 찍힌 금액만으로는 2배가 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김 씨가 받던 기초생활수급비가 전달(37만1천원)보다 10만원이나 깎여, 실질적으로 정부로부터 받는 돈은 47만원으로 똑같다.

이는 기초연금이 실질소득으로 구분되면서 기초생활수급비가 그만큼 줄어든 때문이다.

노령연금보다 돈이 많아진 기초연금에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던 김 씨 같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은 기초생활수급비 삭감으로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기초연금 수령으로 기초생활수급비가 깎인 노인은 대구에만 1만7천378명. 이들은 "노령연금과 마찬가지로 기초생활수급비가 기초연금으로 인해 일부 깎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연금이 2배 올랐으니 전체 지원액(기초생활수급비+기초연금)이 조금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며 시와 구청, 주민센터를 찾아 하소연하고 있다.

달서구 진천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분이 찾아와 '정부가 기초연금을 도입하면서 노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면서도 정작 우리처럼 어려운 사람에게는 아무런 지원이나 혜택을 주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이야기를 정부에 전해달라고 한다"고 했다.

되레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를 넘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 대구에서는 350여 명이 기초연금으로 전환되면서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잃었다.

월 소득이 50만원일 경우 노령연금(9만9천원)을 수령했을 때는 소득인정액이 총 59만9천원으로 1인가구 최저 생계비 기준(60만3천원)에 미치지 못했지만, 기초연금 20만원을 받으면서는 소득인정액이 70만원으로 잡혀 기초생활수급 대상에 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기초생활수급자 탈락과 동시에 의료급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는 점이다.

이모(72) 씨는 "노령연금보다 10만원이 더 많은 기초연금을 받게 돼 좋아했으나, 받는 돈이 많다고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되고 의료급여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됐다. 10만원 더 받으려다 병원비 등으로 집안 살림이 거덜날 판"이라고 했다.

기초연금 도입 후 이 같은 문제점이 제기되자 정부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하게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2년간 한시적으로 의료급여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2년 뒤면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서울 강동구는 기초연금 혜택을 사실상 받지 못하는 기초생활수급자 185명에게 9월에 20만원씩을 지원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정부도 해결에 나섰다. 박영석 정의당 의원은 8월 말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경환 부총리도 지난달 초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을 방문해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이 기초연금 금액만큼 공제하고 지급받는 현재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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