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죠? 귀가길 겁나요" 밤길 밝혀주는 경찰관

입력 2014-10-01 10:16:12

대구 전 경찰서 '여성안심동행 서비스'

늦은 밤 한 여성이 안심동행서비스를 이용해 시민방범대원들과 함께 귀가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늦은 밤 한 여성이 안심동행서비스를 이용해 시민방범대원들과 함께 귀가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제공

"집으로 가는 길이 무섭다고요? 112로 전화하세요. 직접 모셔다 드립니다."

지난달 초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버스승강장에 내려 집에 가려던 서모(45) 씨는 그날따라 왠지 '누가 나를 지켜본 것 같다'는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서 씨는 즉시 112로 전화해 서부경찰서 소속 시민방범대원 2명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주택가 골목에 이르자 대원들은 차에서 내려 서 씨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발걸음을 돌렸다.

대구경찰청이 전국 최초로 1일부터 지역 전 경찰서가 동참하는 '여성안심동행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는 경찰관과 시민명예경찰, 자율방범연합회, 무도인 순찰대 등 주민으로 구성된 방범대원들이 밤늦은 시간에 여성이 어두운 골목이나 범죄 다발지역을 통과해 집으로 가야 할 때 무사 귀가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이런 서비스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이를 잘 몰라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경찰에 전화하기를 꺼리면서 이용률이 낮았다. 또한 대구의 10개 경찰서가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아니었다.

지난 4월 서부경찰서와 동네 주민들이 밤길 여성의 귀가를 돕는 '가이드캅스'를 도입, 호응을 얻었고, 이에 대구경찰청이 이를 10개 경찰서로 확대했다. 서부경찰서 방범대원인 김경호 서구무도인협회 회장은 "매주 5명 정도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동네 지리에 익숙한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집까지 바래다주니 시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한다. 방범대원으로 활동하는 봉사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성안심동행 서비스는 경찰과 방범대원, 또는 방범대원과 시민경찰 등 2, 3명이 한 조가 된 팀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경찰서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동행 요청이 있으면 출동해 귀가를 돕는다. 물론 이외의 시간이라도 112로 전화해 서비스를 요청하면 경찰관이 출동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112로 전화를 걸어 주변 건물, 버스승강장, 도시철도역 등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려준 뒤 귀가를 도와달라고 하면 된다.

박권욱 대구경찰청 생활안전계장은 "이 서비스는 여성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 이용할 수 있다"며 "늦은 밤길을 가다가 주변에서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느껴지거나 골목길 등 한적한 거리를 혼자 가기 불안하면 머뭇거리지 말고 112로 전화를 걸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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