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한국타이어가 대구경북(상주)에 첫 투자키로 한 2천5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주행시험장과 타이어연구소 건립 사업이 예상치 못한 상주시의 재검토 방침(본지 9월 24일 자 2면, 25일 자 27면 보도)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미 한국타이어는 지난 1년간 실시설계와 문화재 지표조사, 상주사무실 운영 등에 5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은 상태다. 산업단지계획 승인신청을 앞두고 있지만 상주시가 서류를 받지 않고 있어 대구경북지역 첫 입주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당초 이 사업은 주행시험장 건립예정지 300여 명의 지주들이 조속한 건립을 촉구하면서 양해각서 체결 이후 10개월간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상주시장이 바뀐 뒤 7월 이후부터 토지보상 제외 주민들이 극렬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상주시는 중재노력 없이 토지보상지원중단과 지원인력 철수 등 행정지원 중단으로 보상제외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양해각서를 공동체결한 경북도와는 논의 없는 일방적인 결정이었다.
이 때문에 상주시가 반대여론을 빌미로 주행시험장을 없던 일로 하려 한다는 오해를 사고 있다. 이런 사태를 빚은 배경에는 경상북도와 상주시, 한국타이어의 홍보 부족과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부족, 상주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온 지역이기주의, 지역 정치지도자들의 반목이 있다. 이로 인한 갈등이 얽히고설키면서 주민 감정의 골을 오히려 깊게 만들었다.
◆주행시험장은 환경파괴 공해배출 시설?
타이어 닳는 것에 따른 공해 논란이 불거진 곳은 상주주행시험장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대 주장을 종합하면 ▷주행시험장이 들어서는 곳은 국가습지인 공갈못을 포함한 국제슬로시티지역과 가까운 곳이어서 배출되는 타이어 먼지 등 각종 공해로 환경이 파괴돼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할 수 없고, 공갈못 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 ▷농지 132만여㎡(40여만 평)를 수용하고 들어서게 될 주행시험장은 지역경제에 끼치는 효과가 매우 미흡하다 ▷지금은 주행시험장이지만 언젠가는 한국타이어 본 공장이 입주해 더 큰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 생산공장은 근로자들의 사망사건으로 끊임없이 구설에 오르는 문제기업이다 ▷국사봉과 공갈못을 가로막는 등 공검 정기가 끊겨 큰 인물이 나올 수 없다 등 주행시험장은 물론 타이어공장의 추가 입주 가능성에 대한 환경문제에 집중돼 있다.
◆한국타이어 입장
한국타이어 측은 토지보상 제외주민들이 주행시험장을 심각한 환경파괴시설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주행시험장은 물론 자사가 보유한 타이어 생산공장까지도 환경파괴 공해배출시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상주에는 타이어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 없고 주행시험장과 연구소만 건립한다는 주장이다.
한국타이어의 생산시설은 국내에 2곳(충남 금산, 대전), 중국 3곳, 헝가리 1곳, 인도네시아 1곳 등 총 7개가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 신규 생산공장 건립을 위한 부지를 확보하고 현재 환경영향평가 심의 중에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현재 생산되는 타이어만으로도 올해 재고량이 사상 최대다. 국내 2개 공장에서 생산되는 타이어의 70%가 수출되므로 국내에서는 더 이상의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또 주행시험장의 타이어 닳는 먼지로 인해 친환경농산물을 지을 수 없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타이어 입자는 공기 중에 확산될 수 있는 1㎍(마이크로그램)보다 무거운 10㎍ 정도이기 때문에 타이어 가루로 공기가 오염된다는 주장은 어이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주행시험장은 공갈못과 직선거리 800m에 들어서게 되는데 대구지방환경청은 300m 이상만 떨어지면 환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검토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주행시험장은 자동차가 지나가면 다음 주행을 위해 반드시 노면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고속도로와 국도 주변보다 청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 국내 공장은 지난 1999년 ISO 14001 환경기업, 2013년 ISO 산업안전기업으로 선정되고 지난 6월에는 환경부로부터 녹색기업(친환경기업)으로 선정됐다.
◆혼란스러운 상주시민들
지난 6월 상주시장 선거에서 상주주행시험장 편입 지주들은 유치의 주역인 성백영 전임 시장의 지지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에 위기를 느낀 이정백 시장이 편입제외 주민들의 불만을 경청하고 유세장에서 "내가 당선되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해 표심을 얻으려 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일부 시민들은 "상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농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주행시험장 문제가 기업 하기 좋은 도시 상주의 이미지를 하락시키고 정치적 갈등에 편승해서 결정돼서는 안 될 것"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수년 전 상주시가 공검면 일부를 슬로시티로 선정하자 당시 주민들은 기업유치에 제약을 받는 등 지역발전을 묶는 족쇄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기도 했다"며 "정작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하자 이번에는 거꾸로 슬로시티 보존을 위해 기업유치를 반대하고 있어 매우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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