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기사를 썼으면 됐지, 굳이 또다시 들추려는 이유가 뭡니까?"
얼마 전 '울릉군이 산채가공 공장을 부실하게 지어 혈세 13억원을 날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울릉군 관계자는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심지어 "보도에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 게 아니냐"고도 했다.
울릉군은 특산 산나물을 고급화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2012년 5월 서면 남양리에 산채가공 공장을 만들었다. 도비 20억원과 군비 13억원 등 모두 33억원을 들였다.
그러나 울릉군은 준공한 지 2년이 넘도록 가동 한 번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난 5월 매일신문은 13억원을 들인 핵심 가공설비의 결함 의혹을 제기했다. '3차례 시험 가동에서 모두 산나물 잎이 마르고 줄기가 터지는 등 품질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울릉군 내부 평가서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당시 울릉군 관계자는 "설비 자체에 기계적인 결함은 없다. 생산 라인이 복잡해 기계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빚어진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울릉군은 최근 이 설비의 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쉬쉬했던 설비 결함을 인정한 셈이 됐다. 게다가 이 설비에 들어간 거액의 시설비를 날리게 됐으니 보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러나 반복돼선 곤란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점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울릉군도 처음 보도가 나갔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13억원을 들여 구입한 고가의 기계를 어떻게 정비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이 옳았다. 공무원 만의 노력으로 힘들다면 공론화해 여러 주민 의견을 모아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울릉군은 쉬쉬하며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결함이 있는 기계를 정비할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민간 위탁 운영을 위한 공개입찰만 더 급하게 진행했다. 5월 한 달 동안만 4차례 입찰을 벌였다.
결국 군은 해당시설을 철거해줄 것을 약속하며 지난 6월 6차 입찰을 통해 음료 생산을 준비 중인 A업체에 낙찰했다. 낙찰가는 최초 입찰가 1억900만원의 절반 수준인 6천500만원이었다. 게다가 공장은 산나물 가공이라는 당초 목적과는 다른 시설로 바뀌게 됐다.
한 주민은 "만약 해당 설비가 해당 공무원 자신의 돈으로 구입한 것이라면 이토록 쉽게 철거할 생각을 했을까. 지자체 예산을 남의 돈 쓰듯 한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정부나 지자체 예산은 누군가에겐 '눈먼 돈'일진 몰라도 알고 보면 국민의 피땀 어린 혈세다. 허술한 예산집행으로 엉뚱한 이의 배만 불리고 낭비된다면 꼬박꼬박 세금 내는 주민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울릉 김도훈 기자 ho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